한국일보

중국으로서는 악몽(惡夢)이 현실로…

2026-04-27 (월) 12:00:00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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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호르무즈 재봉쇄는 세계의 주요 해상관문(maritime chokepoint) 장악을 통해 장차 중국을 봉쇄하겠다는 야욕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안보전문가를 인용한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지의 지적이다.

그동안 비교적 조용히 꾸준하게 추진해왔다. 그러던 것이 이란전쟁으로 그 윤곽이 더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석유패권전략이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제거를 계기로 탄력이 붙었다고 할까. 그 워싱턴의 석유패권전략에 중국은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환경오염, 이상기후 등 문제와 함께 대체에너지 개발 소리가 요란하다. 그 흐름에서인가. 포린 폴리시지는 오늘날의 국제정세를 ‘일렉트로스테이트들(Electrostates) 대 페트로스테이트들(Petrostates)’의 대결이란 프레임으로 분석한 특집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여전히 석유다. 전 세계 에너지의 80%는 석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산업생산, 농업생산, 또 수송도 대부분이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이 석유공급통로가 막히면 바로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바로 이런 이유로 지난 수 십 년 동안 걸프지역에 위치한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은 터부(taboo)시 되어왔다. 그 금기를 깬 것이 트럼프다.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을 통해 미국은 이란을 군사적으로 궤멸시켰다. 그런데다가 주요 석유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도 장악해 가고 있다.

높은 위험 부담률에도 과감히 펼쳐진 트럼프의 이 같은 전략. 그 배경은 무엇일까.

‘미국은 절대적 에너지 몬스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려진 원유 매장량만 460억 배럴이 넘는다. 미국 셰일 혁명의 심장, 퍼미안 분지 유전에서 뽑아내는 원유만 하루 660여만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어느 석유수출국기구(OPEC)나라의 하루 산유량을 웃돈다.’

아메리칸 싱거지의 보도다.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360여만 배럴로 2위 사우디아라비아(930만 배럴), 3위 러시아(910만 배럴)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천연가스 생산은 2025년에 43조2000억 입방 피트를 마크, 전 세계 생산량의 25%를 차지했다.

거기에다가 마두로제거 이후 전 세계 원유매장량의 17%를 차지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석유를 독점관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사실상 세계의 에너지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는 다른 말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공급(전 세계 물량의 20%정도)에 차질이 생겨도 미국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바로 이런 입지는 미국으로 하여금 중동에서 위험부담이 큰 군사작전을 감행할 수 있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에너지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 이것만으로도 중국으로서는 이미 숨이 벅차다. 그 미국이 그런데 석유와 원자재 등 전 세계 물자 수송로의 주요 해상관문들을 소리 없이 하나 둘 장악해가고 있다. 그러자 급기야 경계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미국과 인도네시아는 주요 국방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기로 합의했다.’ 4월 13일, 그러니까 이란의 호르무즈봉쇄에 따른 역봉쇄가 선언된 날 워싱턴 발로 전해진 뉴스다. 그 내용은 미국이 말라카 해협에 대한 통제, 감시능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말라카 해협은 중국의 중동수입 석유를 포함해 하루 2320만 배럴 이상(전 세계 원유 교역량의 29%)의 원유가 통과하는 전 세계 최대 석유수송 병목지역으로 이 해협은 ‘말라카 딜레마’로 불릴 정도로 중국으로서는 전략적으로 취약한 해상관문이다.

그리고 사흘 뒤인 16일 미국은 모로코와 국방협정을 체결했다. 지중해와 대서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인 지브롤터 해협관리를 미국과 함께 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또 22일 월 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은 아프리카 동부지역 국가인 에리트레아와 관계개선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에리트레아는 홍해연안 국가로 지중해애서 수에즈운하, 홍해를 거쳐 아라비아 해로 이어지는 해로의 주요 관문인 바브엘만데르 해협을 끼고 있다.

불과 1년 남짓한 사이에 파나마운하에서 말라카해협, 지브롤터해협, 그리고 바브엘만데르해협까지 전 세계 4대 석유수송 주요 해상관문들을 모두 미국이 통제하게 된 것이다. 조용히, 그리고 이란과의 전쟁와중에도 일사불란하게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의 주요 해로 관문을 장악해갔다고 할까.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호르무즈해협이다.

이란이 비장의 무기인 양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나서자 트럼프는 역봉쇄를 선언했다. 그러자 레거시 미디어를 비롯해 여기저기에서 비판이 터져 나왔다. 트럼프 특유의 일관성이 결여된 즉흥적 조치라고.

과연 그럴까. 아니, 그 전략교본은 이미 반세기전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펜타곤이 마련했고 그 교본에 따른 수순전개가 역봉쇄라는 것이 후버연구소의 빅터 데이비스 핸슨의 지적이다.

이 역봉쇄가 그렇다. 작전수행 한 주도 못된 시점부터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란에 대한 전면적 해상봉쇄에 따라 하루 5억 달러 상당의 재정적 손실을 기록하면서 혁명수비대의 돈줄은 말라가고 있다. 병사들의 급료마저 지불하지 못할 처지에 몰리면서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에너지시장 지배에 더해 세계의 주요 해상 석유수송 요충을 모두 장악한 미국. 중국으로서는 악몽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할까, 그런 상황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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