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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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위로교회

2022-01-09 (일)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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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 교수가 ‘피로사회’라는 책에서 현대사회의 문제와 해법을 말하였다. 현대사회는 우울증, 과잉행동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등 신경성 질환의 시대라고 지적하였다. 이런 시대가 된 이유는 조직과 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사회에서는 서로 경쟁하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우선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성적이나 실적이나 결과나 성과를 보고 평가하는 사회가 되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인간성보다는 업무적인 것을 더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사회의 흐름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사회를 평가하는 객관적인 척도가 그런 것이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사람, 일을 잘하는 사람, 말을 잘하는 사람,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 등의 기준으로 모든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게 되니 이런 기준이 모두를 공평하게 평가하는 기준이기는 하나 전반적이고 포괄적이며 철저한 평가를 하기에는 부분적인 한계가 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이런 사회를 살아가면서 몸과 마음이 피로하고, 지치고, 늘 입버릇처럼 스트레스, 긴장, 초조, 불안과 같은 심리적인 상태를 드러나게 된다. 더운 여름날에 땀을 흘리며 지하철을 탔을 때 옆에 있는 사람과 조금 부딪히면 짜증이 나듯이 현대인들은 너그러움보다는 날카로움과 예민함 때문에 서로 눈치를 보거나 예의를 갖춘다고 하지만 그것이 이름하여 사회적 거리감이 자동으로 생기는 결과를 보여주게 된다.

이런 일반 사회, 즉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대중 사회와는 다르게 특별한 사람들이 모여 인간관계를 이루는 사회가 있는데 그것은 교회 사회다. 교회는 종교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특별한 사회이다. 특히나 유일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모인 교회는 물질적인 사회가 아니라 정신적인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이다.

이 사회의 근본원리는 인간은 위대하고 훌륭하다는 전제가 아니라 인간은 약하고, 허물이 크고, 죄가 커 그런 인간들을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이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죄를 용서하시고, 부족한 것은 채우시고, 어두운 가운데 있는 인류를 빛 가운데로 인도하여 생명과 힘과 용기를 주신다고 믿는 사회이다.

그래서 교회는 경쟁공동체가 아니라 사랑공동체이다. 사랑으로 용서하고, 사랑으로 베풀고, 사랑으로 격려하고, 사랑으로 돕고, 사랑으로 가르치고,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배우고, 사랑으로 친구삼고 교제하는 곳이 교회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몸 가운데서 분쟁이 없고 오직 여러 지체가 서로 같이 돌보게 하셨느니라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고린도전서12:25-26)

교회를 유지하는 힘은 사랑과 용서, 화해와 평화, 협력과 겸손이다. 교회가 이런 것들을 잃어버리게 되면 교회는 교회의 특성보다는 일반 사회의 보편성으로 물들게 된다. 세상의 소식들은 늘 우리를 피로하게 하고 긴장하게 한다. 경쟁하고 대립하고 비난하고 서로 높아지려고 싸우는 모습만 보인다.

이런 사회, 피로사회에서 지치고 상한 사람들이 찾아와야 할 곳이 교회이다. 왜냐하면 교회는 피로가 아니라 위로를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교회마저 피로하고 힘들고 우울하고 경계하는 사회가 된다면 그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다. 못한다고 꾸짖고, 서로 높아지려고 경쟁하고, 대립하고, 분쟁한다면 이 얼마나 수치인가?

새해를 맞이해서 우리 사회가 피로한 사회가 아니라 위로받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위로를 주어야 하는 교회가 더욱더 위로에 위로가 넘쳐 혹시라도 사회에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이 교회의 문을 서슴없이 두드려 내 집 안방 같은 교회, 물고기가 물을 만나고, 새가 하늘을 만나는 그런 자연스러운 교회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힘들고 어려운 세상이 교회를 언제나 바라보기 때문이다. 2022년에는 모든 교회가 그런 위로가 넘쳐나 피로사회까지 흘러가는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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