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에 치열하게 독재에 항거하고 70년대 민주화의 여명기에 앞장서 투쟁하던 거목이 깨달은 바 있어 늦은 나이에 신학교에 들어간다. 목사가 되어 무궁화 교회를 개척하여 시무하다 은퇴한 P 원로목사이다.
한달에 1회 정기적으로 모이는 원로목사회는 회원이 돌아가며 설교를 하는데 회장을 지낸 P 목사가 지난달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늙은이의 성공이란 무엇인가' 였다. 성공의 일반적인 관념은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이룬 것이다.
내가 소유하는 것, 내가 쟁취하는 것, 내가 정복하는 것, 내가 높아지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예컨대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는 것, 내가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되고 대통령이 되는 것, 내가 이름난 작가가 되고, 사상가가 되고, 유명한 인사가 되는 것, 이것들이 하나의 성공인 것에는 틀림이 없을거다.
그런데 꼭 이렇게 되어야만 성공이며 인생의 보람을 느끼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만약에 위대하고 높은 것만이 성공이라면 그 많은 사람은 다 우거지가 되는 것 아닌가. 부잣집 자식만이 귀한 자식이고 큰 교회만이 영광된 교회일 것이다. 그럴 수 없다.
맹자의 어머니나 한석봉의 어머니, 신사임당 만이 휼륭한 어머니인가. 그럴 수 없다. 우리를 길러낸 어머니들도다 훌륭한 어머니들이었다.
신앙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꼭 모세와 같이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야 하고 엘리야와 같은 능력의 사자가 되어야 하며 아브라함 같은 믿음과 솔로몬 같은 지혜와 이사야와 같은 예언자, 다윗과 같은 축복을 받아야만 성공한 삶이냐, 그렇지 않다.
내가 하나의 크리스찬으로서 하나님이 나를 위해 이루고자 하시는 그 뜻, 하나님이 내게 주신 달란트(소명)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나의 삶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름대로 정성껏 살아온 우리 모두는 성공한 삶을 살아온 목회자들이다.
우리들 인간에게는 품격이라는 게 있다. 품격이란 그 사람의 타고난 성품과 잘 다듬어진 인격이다. 그러니까 좋은 품격을 가지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때 존경을 받는다.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을 때 그 사람은 성공한 삶을 산 사람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내가 믿는 것과 사는 것이 하나가 되어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것, 이것이 성공이다. 그렇다. 그 누구 앞에서든지 떳떳한 마음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 가는 것, 이것이 성공이다. 이런데서 얻어지는 만족한 마음. 이런데서 얻어지는 평안한 마음, 이것이 성공 아니겠는가.
신앙의 기준이란 뭐니 뭐니해도 사람을 이롭게 하는데 있다. 내가 있어 이웃을 이롭게 하고 평안하게 하고 내가 있어 이웃을 위로받게 한다면 이것이 성공인 것이다.
늙은이의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오는가 생각하니 사람이 거짓되지 않고, 무엇이 되겠다고 안달하지 않고, 순하고 진실되게 살아가는 그 생활속에서 오는 것이다. 설사 그가 어떤 큰 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가까운 이웃들에게서 좋은 사람, 멋있는 사람, 사귈만한 사람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아름다운 삶을 살다간 성공한 인생이 되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인생길에서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그래도 이만하면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고 고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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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규 / 은퇴 목사 실버스프링,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