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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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연주

2021-12-31 (금) 최수잔 /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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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따라 쉼도 없이 흘러가던 세월도 어느새 이 해의 끄트머리를 힘겹게 붙들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연례행사처럼 핸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야’를 관람하고 즐기며 힘을 얻고 행복해 한다. 올해는 워싱턴 내셔널 성당에서 하는 공연을 온라인으로 보았다.

서곡이 울리고 마스크를 쓰고 앉아있는 관람객들 사이로 독창자가 ‘내 백성을 위로하라’를 노래 부르며 무대로 걸어 올라가고 관악기를 제외한 모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힘차게 연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3부로 구성된 메시야는 찰스 제넨스가 성서를 바탕으로 쓴 대본을 따라 1부 ‘예수의 탄생과 예언’, 2부 ‘예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3부 ‘예수의 부활과 영생’으로 되어있다.

24일 동안 260페이지에 달하는 곡을 작곡하고 나서 핸델은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채 하인을 향하여 “나는 내 앞에 펼쳐진 천국과 위대하신 주님, 그 분을 보았다네” 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해마다 ‘메시야’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이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확신을 깊고 분명하게 갖게 된다. 악보를 들고 있는 그의 흉상에도 ‘내 주가 살아계심을 나는 안다’라고 새겨져있다.


루터교 집안에서 성장한 핸델은 어려울 때마다 하나님이 지켜주신다는 굳은 신앙을 갖고 병원건립을 위해 자선음악회를 직접 지휘했고 자선도 많이 했다. “메시야 연주로 가난한 자를 먹이고 헐벗은 자를 입히며 고아들을 돌보아줄 수 있었다. 인간의 고통을 완화시켜주기 위하여 이만큼 큰 기여를 한 것은 없을 것이다”라고 핸델은 말했다.

성탄시즌에 꼭 생각나는 영화 ‘타이태닉’이 있다. 여기서 가장 위대한 연주를 했던 실제의 인물 월리스 하틀리도 잊을 수 없다. 1912년 4월15일 타이태닉호가 암초에 부딪쳐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 모두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운데서도 침몰하기 10분 전까지 3시간을 의연하게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그는 가장 급박한 상황에서 흥분되었던 승객들을 아름다운 선율로 진정시켜 침착하게 구명보트에 오르게 했다. 하틀리가 이끈 8명의 연주자들은 탈출을 포기하고 구명보트가 부족해서 탈출할 수 없었던 승객들에게도 생애의 마지막 순간을 차분히 준비할 수 있게 했다. 그 후 그는 ‘우리의 약혼을 기념하며, 월리스에게’라고 새겨진 바이올린 가방이 몸에 묶여진 채 어둡고 차가운 바다에서 발견되었다.

12월은 어둡고 불안한 때 우리에게 오셔서 참 기쁨과 참 평안을 누리게 해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마음과 정성을 전하는 따스한 달이다. 죽음의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주며 이웃을 구했던 위대한 연주, 그 연주곡 중 하나가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이라고 한다. 아직도 그 영화의 주제곡인 ‘My heart will go on’이 귀에 맴돈다.

<최수잔 /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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