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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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불가근불가원

2021-12-30 (목) 김강식/뉴저지 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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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770년~221년 춘추전국시대 고사성어가 오늘날 소환되었다. 코비드 팬데믹 사태로 6피트 거리두기를 강제 하면서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하지 않아야 하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을 시행하고 있어서다.

평소에 우리가 야생동물들에게 불가근을 실천했더라면 오늘날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이토록 큰 피해를 끼치지 않았을까 싶다. 그들만의 야생 영역에 인간이 너무 가까이 접근한 결과로 야생동물과 공존하는 바이러스가 우리에게로 전염이 되고 다시 동물에게로까지 옮겨갔을 거라는 연구다.

우리 인간에게 많은 자원을 제공하는 산림, 그리고 건강까지 선물하는 야생 숲에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 과도하게 개발함으로 인하여 산림과 환경이 파괴되고 기후재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불가근’ 장미꽃이 예쁘지만 불가근이다. 가시에 찔릴 수 있으니까.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것들도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추한 면이 드러나 보이기도 하니 역시 불가근이다. 사람의 관계도 불가근불가원이다.

너무 멀리 떨어지면 친밀한 점이 엷어져 소원해지고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거룩한 성직자도 불가근이다. 기대하는 만큼에 못미처 실망할 수 있기 때문에, 장성한 자녀에게도 불가근이다.

사랑이라는 명분 아래 부모가 지나치게 접근하게 되면 독립적이고 창조적인 자녀의 삶을 방해하기 때문에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부부간에도 불가근불가원이다.
그런데 부부 나이 70대가 되면 서로가 어느 방에 있는 지도 모른다는데 그것만은 지나친 불가근이 아닐는지.

<김강식/뉴저지 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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