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자 오피니언 란의 ‘유머가 필요한 세상’이란 이영묵 님의 글을 읽고 동감하며 사회에 공감대를 넓히자는 뜻으로 기고를 합니다.
우리 한국에서 카드 놀이인 키루다를 회상해 보십시다. 나의 대학시절 아주 유행했고 모두들 즐겼지요. 그 카드놀이에는 조커 카드가 두 장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카드놀이를 하면서 그 조커가 에이스나 킹, 퀸을 비트할 수 있다는 데에 굉장히 의아심과 매력을 품은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조커, 즉 광대가 King이나 Queen을 비트할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점점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서양이라고 해도 무방) 유머감각을 개인의 특징이랄까, 인상(Personality trait)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Quality)으로 간주합니다.
반면에 한국(동양이라고 해도 무방)에서는 사람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Seriousness (진지함)이 가장 중요한 사람 됨됨이(personality quality )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연설을 할 때 한두 마디 조크나 유머가 들어 있지 않으면 그 연설은 실패한 스피치나 마찬가지라고 할 만큼 모든 일상생활에서 조크나 유머는 마치 식탁에 와인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요소가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미국사람들은 중대사를 의논할 때도, 아주 긴급한 상황 속에서도 조크하는 것을 잊지 않고, 심지어는 장례식 때에도 조사를 하는 사람이 죽은 사람에 대해 조크를 하는 바람에 슬퍼해야 할 조객들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상황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Long run TV 드라마를 보면 거의 대부분이 소위 시트콤(Situation Comedy)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조크나 유머로 처리하는 드라마들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 드라마들은 대부분 재벌들과 그 2세들이 벌이는 살벌한 음모와 주도권 투쟁 드라마이거나 감상적인 멜로드라마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한국 시청자들이 언제나 이러한 부류의 드라마들에 싫증을 느끼게 될 지 기다리면서 한심한 생각이 듭니다.
그럼 어떻게 중대하거나 긴급한 상황에도 조크를 할 수가 있을까. 원인은 바로 ‘마음의 여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이 자니 카슨(Jonny Carson)이 자기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조크를 들으면서 껄껄대는 장면을 TV에서 보면서 이 사람들의 사고의 여유와 대담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의 대통령들은 자기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자기 흉내를 냈다고 해서 연예인이 출연 정지를 받았거나 구타를 당하고, 심지어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기 연설에서 졸았다고 해서, 박수를 맥없이 쳤다고 해서 숙청을 하고 공개처형을 하는 경우를 비교하면 사고방식에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 한국국민들에게 가장 결핍되어 있는 것은 어떠한 위급하거나 긴박한 상황에서든 조크 할 수가 있는 마음의 여유입니다. 이것은 아무리 경제가 급성장해서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다 하더라도 또 하나의 벽을 뚫어야 하는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풍토가 가장 절실한 곳이 바로 한국의 정치 현장입니다. 한국 정치인이 조크로 상대방의 논리의 허점을 지적하고 비방하며 웃음거리로 만들고 상대방은 재치있는 기지로 위기를 모면하는 정치현장은 세계 일등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국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Joker가 King을 비트 할 수 있는 세상, 그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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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호 / 공학박사,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