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조금만 따져보면 별일이 아닐 것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너무나 당황스럽고 무섭다. 시간이 지난 후에 뒤돌아보면 사실 별일 아니었음을 늘 깨닫곤 하지만, 막상 그 순간에는 자제력을 잃고 끝도 없이 밀려오는 불안감에 꼭 죽을 것만 같다. 극심한 불안감에 심장이 터질 듯이 뛰면서 조여 오고, 밀려오는 두려움에 호흡이 가빠지고 숨이 막힌다. 그러다가 어지러움이 느껴지면서 꼭 졸도할 것만 같더니, 갑자기 현실감각이 없어지면서 머리속이 하얗게 변한다. 그야말로 두려움의 극단을 달리는 기분, 당장 두려움에 질려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두려움이 곧 증상이고 원인이 되는 병
이는 공황장애의 일반적인 증상들인데, 개개인의 개성에 따라 발현되는 증상의 양상과 강도에서 세부적인 차이만 있을 뿐, 결국 한가지 감정을 공통분모로 삼고 파생되는 생리반응이다. 이 감정이 바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칠정’중의 하나인 ‘두려움’이다. 화병과 우울증의 중심에 분노와 슬픔이라는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면, ‘공황장애’의 중심에는 바로 이 두려움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공황장애를 심담담대동증(心澹澹大動症)이라 일컫으며, 그 주 원인을 심장에서 찾는다.
공황장애의 치료는 빠를수록 효과적
그래서 공황장애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는 무엇보다도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물론 어느 병이 안 그렇겠느냐마는 공황장애처럼 증상 자체가 병의 원인을 더욱 악화시키는 종류의 질병은, 적극적인 치료의 부재가 곧 질병의 악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 한의학적 치료의 경우 일반적으로 양약처럼 치료효과가 즉각적이지 않기에, 환자의 증상이 눈에 뛰게 좋아지기까지 환자가 감당하고 이겨내야 할 부분이 더욱 커져버리는 문제도 생긴다.
공황발작 원인은 과거에 있다
그럼 한의학에서는 공황장애의 기전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일단 사람이 극심한 갈등과 스트레스를 인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이 감정들은 안에서 응어리를 지게 된다. 이 응어리진 갈등 덩어리를 한의학에서는 울화(鬱火)라 부르며, 이 울화는 심장에 열을 적체시킨다. 이렇게 긴 시간 심장에 쌓인 열은 심장의 주 기능중의 하나인 ‘감정의 조정기능’을 저하시키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의 감정은 약간의 자극에도 마치 널뛰기를 뛰듯 극단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이는 공황장애의 유발요인을 공황증을 격발시킨 순간의 감정적인 상태나 갈등의 요인에서 찾지 말아야 함을 의미한다. 공황증이란 발작이 나타나계 된 계기보다는 사실, 그 훨씬 이전에 이미 일어났었던 하지만 해결되지 못한 두려움, 분노 등의 감정이 한 번에 터져 나온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공황증의 치료를 위해 상담보다는 우선적으로 심장의 상태를 안정시키고, 개개인이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체질적, 정서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집중한다.
일단 급하게 공황증이 왔을 때는 우황청심환, 구심환 같이 효과가 빠른 단약이나 침 치료를 통해 심장을 안정시키고, 그 이후로는 탕약이나 운동요법, 명상 요법등을 통해 기혈의 적체를 해소하고 심장과 같은 감정의 중추가 되는 장기를 강화시키는 식이다.
현대의학 또한 최근 십 수년 사이 여러 정서장애의 주원인을 ‘과거의 어떤 정신적인 충격’보다는 ‘현재의 신체적인 호르몬 불균형’에서 찾고, 상담 치료보다는 약물 치료에 좀 더 그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이처럼 전통 한의학의 정서질환에 대한 접근법과 최신 현대의학의 접근법이 점점 서로 일치해가고 있는 현상은 참으로 흥미롭지 않다 할 수 없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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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