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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She or They : 당신은 누구십니까?

2021-12-28 (화) 김지나 / 엘리콧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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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남자와 여자 두 성 중의 하나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성장하면서 태어난 성과는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성 정체성에 눈을 뜨면서 자연적으로 태어난 성을 따르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 해석해야 한다. 모두가 똑같이 보통으로 한다고 해서 그것이 옳고, 다름이 틀린 것이 아니다. 그냥 보통과 다른 것이고 다름을 인정할 때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한글에서는 굳이 생략해서 써도 무방한 주어지만 He, She, They, We 등 반드시 문장의 처음을 시작하는 영어에서 주어의 역할은 그만큼 무게감이 있다. 나와 너 그리고 그들이 모여 우리가 되었고 거기에 더할 수 있는 주어는 더이상 없었다.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명확했고 그 정확한 범주 안에서 조금이라면 다른 행동과 생각을 가지면 금기를 벗어나는 무서운 중죄인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쓸 각오를 해야 했다.

그중에 게이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고, 레즈비언은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고, 바이(bi-sexual을 줄여 bi라고 한다)는 여자나 남자가 두 성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바이는 분명한 자기의 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같은 성도 좋아하고 다른 성도 좋아하는 즉 양성애자를 말한다.
하지만 데이(누군가 모르는 사람을 지칭할 때 영어에서는 They라 하고 그래서 생긴 말이라 한다)는 자기 자신이 두 가지 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바이와 다르다.
다양한 인종만큼이나 다양한 성의 존재를 인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인종은 생리적으로 피부색이 다르기에 우리가 생각하고 방어하고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명확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성은 정신적인 부분과 결합 되어 겉으로 나타내기가 참으로 어렵다.


얼마 전 CNN의 뉴스앵커 앤더슨 쿠퍼가 성 소수자의 대표자로서 대리모를 통해 득남을 했다고 해서 해외 토픽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성 소수자들이 무지갯빛 깃발을 흔들며 정당하게 헌법을 개헌하고자 노력하는 일들이 일상이 되었다.
그만큼 우리는 성의 개방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고 듣기 싫은 말일 수도 있겠다. 게이나 레즈비언들이 깊은 상처를 받는 이유가 가장 가까운 부모나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한 슬픔이 무엇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이는 꼭 기성세대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젊은 사람이나 같은 성끼리 이러한 일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시선을 돌리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인종도 아니고 나이도 아니고 그저 생각하는 사고가 다를 뿐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인정을 하기만 하면 될 일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를 거치는 청소년이나 화병의 극치를 달리는 갱년기의 엄마를 바라보는 딱 그 정도의 시선으로만 성 소수자를 바라보면 어떨까?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지 않듯 남자가 남자를,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데 있어서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진정하게 평등한 세상이다. 그 누가 가지고 태어난 성을 일부러 바꾸고 싶겠는가? 우리는 그러한 성 소수자를 비판할 자격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왜냐면 우리도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21세기가 성으로 혼란한 시기임에는 분명하지만, 더욱 분명한 건 괴테가 파우스트를 썼던 18세기에도 세상이 혼란으로 가득해서 악마와 천사를 희곡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회를 비판했고 예수님이 태어나심도 세상이 혼돈으로 가득 차 세상을 구하고자 하나님이 그의 아들을 세상 한가운데 놓으시고 죽음으로 세상을 맑게 하고자 하셨다.
성 소수자는 기원전에도 존재했고 화성으로 가기 위해 티켓을 사는 21세기에도 존재한다. 다만 그때도 숨죽여 있었고 지금도 숨죽여 몸을 낮추고 있지만, 그들이 한 발씩 앞으로 나오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성차별이 단순히 여자와 남자를 차별하는 것 만이 아니다. 보통사람이 성 소수자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 또한 성차별이다.
태어날 때 피부색을 선택할 수 없듯이 성도 우리의 생각대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만 확실히 안다면 그들을 대하는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그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것 또한 보통 사람들의 몫이다.

<김지나 / 엘리콧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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