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부터 여름내내 사랑으로 키운 잎사귀를 낙엽에 다 실려 보내고 이제 가을은 기울어간다. 구름따라 쉼도 없이 흘러가던 세월도 어느새 이 해의 끄트머리를 힘겹게 붙들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연례행사처럼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야’를 관람하고 즐기며 힘을 얻고 행복해 한다. 올해는 워싱턴 내셔널 성당에서 하는 공연을 온라인으로 보았다.
서곡이 울리고 마스크를 쓰고 앉아있는 관람객들 사이로 독창자가 ‘내 백성을 위로하라’를 노래 부르며 무대로 걸어 올라가고 플릇과 클라리넷 등 관악기를 제외한 모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힘차게 연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2부에서 “전능하신 주님이 이 땅을 통치하시니…”하는 ‘할렐루야’ 합창곡이 연주되고 트럼펫과 팀파니가 우렁차게 울려펴지면서 신비로운 영적 기쁨을 체험한 많은 관객이 눈물을 머금고 모두가 일어난다. 마치 영국에서 열연을 했을 때 국왕 조지 2세가 감격해서 벌떡 일어난 것처럼. 메시아는 음악 작곡사상 가장 위대한 위업으로 남아있다.
제 3부로 구성된 메시야는 친구인 찰스 제넨스가 성서를 바탕으로 쓴 대본을 바탕으로 1부 ‘예수의 탄생과 예언’, 2부 ‘예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3부 ‘예수의 부활과 영생’으로 되어있다.
24일 동안 260페이지에 달하는 모든 곡을 작곡하고나서 헨델은 얼굴이 온통 눈물로 범벅이 된 채 하인을 향하여 “나는 내 앞에 펼쳐진 천국과 위대하신 주님, 그 분을 보았다네” 라고 소리쳤다. 해마다 ‘메시야’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이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확신을 깊고 분명하게 갖게 된다. 헨델이 하나님에게 그토록 간구했던 창작에 대한 기도응답이 이루어져 ‘메시야’가 작곡된 게 아닌가 한다. 악보를 들고있는 그의 흉상에도 ‘내 주가 살아계심을 나는 안다’라고 새겨져있다.
헨델이 8세때 교회에서 올갠 연주하는 걸 보고 공작이 헨델의 아버지에게 정식으로 헨델의 음악교육을 지시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그는 음악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루터교 집안에서 성장한 헨델은 어려울 때마다 하나님이 지켜주신다는 굳은 신앙을 갖고 있었고 병원건립을 위해 자선음악회를 직접 지휘했고 자선도 많이 하며 자선단체에는 늘 협력적이었다. “메시야 연주로 가난한 자를 먹이고 헐벗은 자를 입히며 고아들을 돌보아 줄 수 있었다. 인간의 고통을 완화 시켜주기 위하여 이만큼 큰 기여를 한 것은 없을 거다” 라고 헨델은 말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반추하고 반성하는 성탄시즌에는 꼭 생각나는 영화 ‘타이타닉’이 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생명의 소리를 전하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가장 위대한 연주를 했던 실제의 인물 월리스 하틀리 (Wallace Hartley) 를 잊을 수 없다.
1912년 4월 15일 북대서양의 타이타닉호가 암초에 부딪쳐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 모두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운데서도 침몰하기 10분 전까지 3시간을 의연하게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그는 가장 급박한 상황에 울려퍼진 아름다운 선율로 흥분되었던 승객들을 진정시켜 침착하게 구명보트에 오르게 했다.
하틀리가 이끈 8명의 연주자들은 탈출을 포기하고 구명보트가 부족해서 탈출할 수 없었던 승객들에게도 생애의 마지막 순간을 차분히 준비할 수 있게 했다. 그 후 그는 ‘우리의 약혼을 기념 하며, 월리스에게’라고 새겨진 바이올린 가방이 몸에 묶여진 채 어둡고 차가운 바다에서 발견 되었다.
12월은 어둡고 불안한 때 우리에게 오셔서 광명한 삶을 주시며 참기쁨과 참평안을 누리게 해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마음과 정성을 전하는 따스한 달이다. 죽음의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주며 이웃을 구했던 위대한 연주, 그 연주곡 중 하나가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이라고 한다. 아직도 그 영화의 주제곡인 ‘My heart will go on’이 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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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