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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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치면서

2021-12-23 (목) 한연성 / 통합 한국학교 VA 캠퍼스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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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궂으면 한국 음식, 엄마가 부쳐주던 빈대떡이 생각나고 노을이 찬란하게 빌딩 숲에 내려앉으면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사무친다. 이제 1년을 마무리 하는 한 주를 남기니 지난 시간들의 부산했던 시간들이 생각 난다.
코로나로 주먹을 움켜쥐고 시작한 한 해, 집밖에 대한 스트레스로 일을 하는지 노동을 하는지 모르게 한 해가 지나고 있다.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나이만큼의 속도로 달려가는 인생열차.

실감을 하지만 정류장마다 의미를 둘 사이도 없이 시간은 빠르게 지나고 있다.
이민자로 살면서 다른 색의 이민자들에게 차별받는 느낌을 받으면서 시작한 나의 일터. 친구를 사귀고 서로 기도해 주고 어려운 시간을 대화로 풀어가면서 서로의 문화를 섞어가던 지난 해. 돌아보면 그리 나쁜 한 해만도 아니었던 것 같다.
나에게 베풀어진 수많은 축복을 나는 스스로 알지 못하고 살다가 어느 날 허리를 다쳐 내 스스로 하던 모든 일들이 정지되어 눈물만 흐르던 때. 비로소 모든 몸의 기관이 아주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을 체험했다.

우리의 이웃들도 그렇게 살고 있을 것이다. 학교에 들어온 불평과 불만은 힘든 시간을 주지만 몸의 지체로써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고 교사들 개인이 아무 의미없이 던진 말들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그 위치를 돌아보게 되는 것들은 올 해 한번 더 배운 것들이다.
이제 2022년 임인년은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배우는 한 해로 마음에 준비하려고 한다.
우리 집엔 호랑이가 5마리가 있다. 동물 중에 가장 맹수라고 하는 호랑이. 처음 사귀던 남자친구의 집에 갔을 때 시어머니께서 묻던 말은 “띠가 뭐냐?” 였고 “호랑이”라 말씀드렸더니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으시던 때가 생각난다. 그 남자친구, 즉 내 남편은 쥐띠이니 얼마나 어머니 마음이 불편하셨을지.

그런데 남들은 그렇게 봐도 우리 집 호랑이들은 별로 부딪힘이 없이 다들 ‘양의 탈을 쓴 호랑이’로 잘 살고 있다. 이제 숨어있던 재능이나 끼를 발휘할 임인년을 맞이하니 새로운 기대로 부푼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건강하고 보다 알찬 한 해를 기원한다.
이 참에 한가지 더… ‘범’은 우리 순수한 한글이고 ‘호랑’은 한자어라는 것을 알려드린다.

<한연성 / 통합 한국학교 VA 캠퍼스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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