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CNN의 기록영화‘ ‘일란성 세 쌍둥이 형제들의 숙명적 불행’을 볼 기회가 있어 소회를 적어 보고자한다.
어느 한 아동 정신과 의사가 정신병이“자연적, 선천적(Nature)이냐? 아니면 환경 지배적, 후천적(Nurture)”이냐 연구를 위해 입양 어린아이들을 실험했다. 그런데 입양 당시 “6개월” 나이라 아이들의 동의를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입양 부모들에게조차 실험계획을 동의 받은 적이 없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의학윤리 위반은 물론 연구를 위한다지만 반인륜적 범법행위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이런 예는 과거의 역사 속에서도 여러 흔적들이 발견된다.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일제 강점기 만주에서 투옥된 독립지사들을 대상으로 한 일제의 생체 실험(악명 높던 일본 관동군 731부대의 세균 콜레라, 티브스, 페스트 ‘전용무기 개발 실험) 등은 물론 미국에서 특정 민족을 대상으로 앨라배마의 “Tuskegee 연구계획(1932-1972)”이라 하여 매독의 진행과정을 치료하지 않고 관찰한 사례는 의학연구라기보다는 범죄라고 함이 적절한 표현이라고 하겠다.
이야기를 되돌리자. 1961년 뉴욕 맨해튼의 십대 미혼모(정신박약자?)의 일란성 세 쌍둥이 사내아이들을 한 입양기관을 통해 의도적으로 사회적 세 계층(상, 중, 하)의 가정에 제각기 입양시킨다. 이때 입양 부모들은 다른 형제들이 존재한다는 정보도 연구대상이라는 언질도 전혀 통보받지 못한다.
각기 100마일 안팎의 거리에서 자라던 중 한 아이가 전혀 생소한 곳에 나타났을 때, 이상한 일이 벌어져 놀라고 의아해 한다. 자신에게 정말 처음인 곳이며 낯선 처음 만나는 사람들임에도 자신을 전부터 잘 아는, 아주 잘 아는 사람으로 대해 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생년월일마저 똑같음에 놀란다.
왜? 자신의 한 분신이기도 한 일란성 세 쌍둥이 중 한명이 그곳에 이미 있었으나 무슨 연유로 그가 부재중이라 다른 한명이 출현했음이었다. 모든 게 거의 동일했으니 주위사람들이 그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은 너무도 당연했으리라.
이야기를 줄여, 드디어 제각기 다른 가정에 입양되어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세 쌍둥이들은 만나게 되고 친어머니의 존재도 확인한다.
그동안 1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한명은 33세에 스스로 목숨을, 두 형제들은 극심한 허탈과 잠재적 분노에 쌓인 형세다. 이유는? 정신 박약증이 선천적(Nature)이냐, 후천적(Nurture)이냐 원인 연구들 하던 연구자는 사망하게 되고 연구 결과나 진행상황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기록물들은 예일대학 문서보관소에 2060년까지 미공개로 되어 있다.
오래 전 필자가 썼던‘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독후감이 생각난다. 오클라호마에서 캘리포니아로 털털거리는 자동차로 이사행렬 중 차 고장으로 각자 흩어져 목적지에 도착 후 만나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가장이나 다름없는 엄마의 일갈이다.“어려울수록 가족이 떨어져 있으면 안 돼!”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본 또 다른 한 이야기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던 부모가 무장강도에 희생되자 스탠포드 대 신입생은 졸지에 4명의 동생을 가진 가장이 되어버렸다. 이 청년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우리 다섯 형제자매는 뿔뿔이 흩어져 입양 양육되기보다는 함께 살아가자고 하며 주경야독 했고 드디어 성공했다는 스토리다.
위에서 처음 언급한 세 쌍둥이 형제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의 사람”으로 19년간 살아야 했던 (1961-1980) 그 당시 현실과 의학연구라는 미명하에 엄청나게 잘못된 윤리 위반으로 자행된 사실 등이 얼마나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였는가는 개인들의 희생에 비해 의문의 여지가 너무나 크다 하겠다.
이런 잘못된 와중에 한편으론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Emmanuelle Charpentier와 Jennifer Doudna)들의 ‘유전자 가위’의 발견 등으로 난치병 퇴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에 경의와 기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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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