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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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갖고 학교에 가는 미국 아이들

2021-12-19 (일) 김지나 / 엘리콧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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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나의 살며 생각하며

지난 11월 30일 미국의 미시간주에 있는 옥스퍼드라는 공립 고등학교에서 15살난 10학년 학생이 학교 교실에서 총기를 난사해 부상자 4명이 죽고 교사 1명을 포함 7명 이상이 다쳤다. 경찰은 아무런 저항 없는 범인을 검거하고 그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별다른 발표 없이 항상 그래 왔듯이 조용히 묻혀가고 있다.
매년 총으로 인해 학교에서만 100여 명의 사상자가 나온다. 12분에 한 명꼴로 총으로 사망하고 있는 미국이라 학교 총기 사고는 그저 빙산의 일각처럼 생각되는지 어린아이들의 희생이 그저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으로 힘없이 죽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난감처럼 놀다 장난감 인형처럼 스러지는 이러한 현실을 그 누구의 잘못이라 생각하는가?

미국의 인구가 3억 3천여 명인데 민간인이 보유한 총기가 미국 인구보다 많은 4억정 정도 된다고 한다. 세계 인구의 4%인 미국인의 총 소유는 전체의 42%를 차지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해 총 구입 절차가 그만큼 쉽다는 이야기다.
1인 1가구도 아니고 1인 1권총 이상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사고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올 한 해만 해도 4만 명 이상이 총으로 인해 사망했고 그중 11세 미만은 282명, 12-17세 청소년은 1118명에 이른다. 학교 총기사건은 이처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한 부분이기 때문에 총 소지의 규제를 완벽하게 막지 않은 한 절대 그 수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희한한 일은 술은 21세가 되어야 살 수 있고 담배는 18살이 넘어야 구매가 가능한 나라 또한, 미국이다. 하지만 총을 구입하는 절차는 너무도 쉽게 그 안전망이 뚫려있다. 주별로 차이가 나겠지만 대체로 사냥용 장총은 18세 이상, 일반 권총은 21세 이상이면 간단한 신원조회를 거쳐 총을 구입할 수 있다. 신원조회에서 중범죄거나 마약 중독자 그리고 정신 이상자 등과 같은 기록만 나오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행기를 탈 때도 ID(운전면허증) 조사를 철저히 하기때문에 불법체류자는 국내 비행기도 타지 못하는 현시점에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살상 무기는 이렇게 간단한 절차로 구매할 수 있는지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총을 사는 일은 담배나 술을 사는 것보다 10배는 쉬운 일이라고 한다. 또한, 투표를 할 때도 유권자 등록 등 상당히 까다롭기도 하고 등록을 하지 않으면 당일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반면, 총은 당일 구매가 가능하고 그날로 내 소유가 된다. 한마디로 마트에서 껌 사는 일처럼 쉬운 일이고 심지어 생일선물로 아이들에게 이쁘게 디자인 된 권총을 사주기도 하고 가족들이 함께 사격연습을 하기도 한다. 모두 ‘나를 지키는 일이 우선이다’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총기규제에 대한 여론이 들끓는다. 하지만 이번엔 오미크론의 코로나 확산 등 다른 이슈에 밀려 크게 여론화되지 못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총규제를 강화하는 그러한 법은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수정헌법 2조에 의거, 무기를 가지고 휴대하는 시민의 귄리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미국인의 다수가 존재하는 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오히려 공화당에서는 마치 총 소지가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절대 흔들릴 수 없는 것인 양 더욱 확고하게 붙들고 있다. 바이든으로 정권이 교체될 때 총기규제가 강력해질 것을 대비해 전국적으로 총 구입이 증가 되었음을 보면 총이라는 것이 한 개인이 갖는 소장품,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다행히 소규모이긴 하지만 버지니아 의회에서 통과된 ‘붉은 깃발 법’(Red flag law)을 통해 적극적인 총기규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서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붉은 깃발을 들게 한 법이다. 이러한 법이 총기규제에도 적용되어 총기 사고의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총을 구입하거나 총 소지를 하지 못하도록 예방하고 나아가 총을 압수할 수 있다는 법을 적극 시행한다고 한다.

어떠한 사건이 나면 인재니, 자연재해니 하면서 인재로 인한 사망을 크게 탓하며 조금만 미리 예방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낳는다. 코로나가 자연재해라 치면 총은 분명 인재다. 미국인 대다수는 ‘네가 총이 있으니 나도 있어야 안전하다’며 총 소지의 정당함을 말한다. 하지만 있기 때문에 위험의 빈도수가 훨씬 높다면 당연히 모두가 없어야 맞는 말이다. 너도 없고 나도 없고 모두가 갖지 않는 세상, 그래야 안전한 환경에서 우리의 젊고 이쁜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다.

<김지나 / 엘리콧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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