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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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 타령

2021-12-18 (토) 나정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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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은 행복의 기준이 오복에 있다고 했다. 첫째로 오래 살아야 복이라 했다(수). 그러나 가난하면 안 되고 풍족해야 좋다고 했다(부). 부자라도 건강하고 마음이 평안하지 않으면 행복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고(강녕) 도덕을 잘 지키고 바르게 살아야 사람다운 진정한 행복이라 했으며(유호덕) 마지막으로 하늘이 준 명대로 살고 편안히 가는 것이(고종명) 오복이라 했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바라는 행복도 다양하고 더 많아졌다. 여러가지 먹을거리와 발달한 의료 혜택으로 옛 사람들보다 훨씬 오래 살게 되었다. 그러나 전쟁과 기근 그리고 역병과 뜻밖의 사고 등으로 늘 죽음의 위협 속에 살아가고 있다. 오래 살면서 노욕으로 욕먹지 말고 가는 날까지 역사에 오명을 남기지 않는 것이 더 중요 할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넉넉하고 부유해지기를 바란다. 오늘날의 부의 개념은 돈이나 재물에 국한하지 않는다. 새로운 지식과 창의력이 많은 부를 창출하는 것을 자주 보고 있다. 지식과 창의력은 가르치고 배워서 얻어지는 것이다. 부의 대물림으로 형제간 분란을 일으키기보다 미래 지향적인 공부를 더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수양과 도덕성이 결여된 이가 자기 노력 없이 많은 재물을 가지면 불행의 첫 걸음이 될지도 모른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아파봐야 건강의 고마움을 알게 된다’는 것은 옳은 말이다.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나 가족을 위해서나 중요하다. 아팠을 때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 생활의 리듬이 깨지고 많은 스트레스 받았거나 지나친 술, 담배, 난음, 도박, 폭식 등은 건강을 해치는 독소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과욕을 부리지 말고 몸을 살피지 않으면 건강은 쉽게 허물어지고 회복은 더디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유호덕’은 유일하게 마음의 수양과 도덕성을 강조한 것이다. 도덕성은 다른 가족들과 나, 이웃이나 친구들과 나, 사회와 나의 올바른 관계를 규정짓는 것이다. 올바른 관계는 자기 수양에서부터 시작되어야한다. 역사상 중요한 종교들은 모두 도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덕성이 결여된 종교는 사이비라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말이나 사기 치지 말라, 시기나 질투하지 말라, 어떠한 사상과 이념도 사람의 가치보다 우위에 둘 수 없다 등은 종교적인 계명이기도 하다.

‘처복’은 오복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정숙하고 지혜로운 아내는 남자의 보배’라 했다. 또 ‘지혜로운 어머니는 지혜로운 자식을 낳는다’는 말도 있다. 여자의 입장에서도 능력 있고 다정하며 성실한 남편을 얻는 것은 행복일지도 모른다. 지혜는 새로운 복을 만들고 삶의 위기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지혜를 갖추는 것이 모든 복 중에 으뜸일지도 모른다.

<나정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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