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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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학교

2021-12-15 (수) 박보명 / 매나세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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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한결같이 재미가 있고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사랑과 정성을 쏟은만큼 영리한 개일수록 주인을 기쁘게 하고 재롱은 다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사실 사회생활에서 제일 힘든 것이 관계성인데 속고 사는 세상인심에 너덜이 난 심성마다 거의가 동물 애호가이란다.
세상살이는 거의가 상대적이고 상부상조이어서 받으면 주고, 주었으면 받고 하는 것이 정한 이치라면 친한 사이라도 자주 만나지 않고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자연히 멀어지고 자기 몫만 채우게 되어 거리가 생겨 결국은 헤어지는 결과를 낳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현대를 가리켜 3가지 특징을 든다고 하는데 공산주의가 망한 원리와 같다고 한다.
첫째 불신이라는 명품이다. 다시 말해서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너무나 따라가야할 유행이 많고, 보아야 할 정보가 쌓이고, 바삐 돌아가는 생활여건에 진지한 대화는 오히려 사치스럽고 대강대강 말하고 듣고 하다보면 믿어지지 않고, ‘믿는 도끼에 발 찍히’는 현상으로 내 가족이 어느 새 타인으로 멀어져 가는 현실이 되어 버렸으니까 말이다.

둘째는 책임감에 상실이다. 자지도 않고 떠들어 대는 뉴스를 따라가다 보면 ‘ 내 탓이오' 하나도 없고 ‘누구 때문에' ‘내 잘못은 없소!' 뿐인 참회하는 마음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고, 거창한 명분과 억울한 사람만 있고, 누구 하나 책임질 인품이 없는 것이 명품이 아닐까.
셋째는 게으름이다. 사람들 보는 앞에서는 친절하고 공손하며 부지런하게 그리고 예의 바르게 행동거지를 하다가 이해가 걸리면 얼굴을 바꾸는 이기주의가 너도 나도 판을 치는 세태는 분명히 적자생존의 법칙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살아 남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가운데 숭고한 사상이나 철학도 없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게을리 하는 옹고집은 나를 망하게 하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갈수록 치열한 경쟁시대에 12 라운드 권투 시합에 마지막 라운드에서 지칠대로 지친 데서 젖 먹던 힘까지 보태어 견디면서 ‘갈 때까지 가는’ 보기 민망한 현실은 차라리 손을 들던가 아니면 옆에 있는 코치가 어서 수건을 던져 주기를 바라는 소리 없는 절규 같기만 하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행복한 걱정 소리도 어느덧 나도 모르게 길들어 있는 인생은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하고, 내가 미워하는 성질을 닮고 내가 꺼리는 행동을 거침없이 해대는 나는 분명히 길들인 또 다른 ‘나’ 자신인지도 모른다. 아니 진실을 가장한 위선자로, 화려하게 성공한 사업가로, 한참 뜨는 유명인사로, 스스로 물들어 가고 있는지 모른다. ‘고난 학교’ 라는 것이 있단다. 1학년은 ‘고난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라고 한다.‘인생은 고해’라는 말을 하면서 불평도 하고 짜증도 내는 부류라고 할까. 2학년은 ‘고난을 당해야 한다’는 수용자의 자세로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당연히 치러야 할 시험이라고 여기는 축이고, 3학년은 ‘할만 하다’고 어느 정도 길들인 사람들이란다. 4학년은 ‘고난은 꼭 필요하고 인생의 디딤돌로 도전되었다’는 심정들이라고 한다.

과연 고난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고난이 있기에 인내가 따르고, 그것을 너머서 댓가를 얻어지는 성취감이나 보람이 있는 것 아닐까? 지금 나는 고난의 몇 학년일까? 곰곰히 스스로를 평가해 본다. 확실히 고난에 길들인 인생은 밝은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있는 결과들이 존경받는 인물들에게서 역사의 위대한 흔적을 남긴 인물들에게서 분명히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박보명 / 매나세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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