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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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가족들에게 보내는 엽서

2021-12-11 (토) 조만철 /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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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월11일, ‘소망갈라’에서 축가를 부르기로 돼있었지만, 오미크론으로 취소되었다.

몇 달 전 소망사무실에서 ‘치매환자 돌보기 교육’에 관하여 관계자들과 정신과 전문의 자격으로 상의하고 있을 때였다. (도리어 교육받고 있을 때였다.) 50대 중반의 수수한 운동화 옷차림에 눈에 띄지 않는 색깔의 백팩을 등에 진 조그만 체구의 여인을 감싸 안듯이 반가워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유 이사장님의 태도를 보고, ‘아하, 바로 이것이구나!’ 자기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데도, 집에 아픈 환자가 있어 강아지를 업고 와야 하는 그 바쁜 시간에도, 멀리 밸리에서 두 개째의 우물을 파 달라고 찾아온 그 정성을 감동으로 받으며 함께 기뻐해주는 마음, 바로 이 마음이 소망 봉사자들의 마음이구나.

우물을 파 달라고 사무실에 조용히 돈을 놓고 총총히 그대로 돌아가는 여자 분과 문 밖에서 마주친 유 이사장님이 이름 없이 선행하는 여인을 반기는 마음이 그렇게 마음으로 전해진다.

“돈이 있다고 파는게 아니죠, 마음이 움직여서 파는거에요. 어쩌면 그렇게 어려운 사람들이 다들 도와서 차드에 이번 달로 475개 우물을 팠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가족, 치매환자의 아픔, 마지막 죽음의 고통을 감동의 돌봄으로 지난 14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현대는 돌봄의 시대라고 얘기하는 한국 인류문화학자 조한혜정 교수의 말을 이미 14년째 실행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라이센스도 없는 여러분들이 어떻게 이런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습니까? 종교적 신념도 아니고 어떤 사상에 기초한 것도 아닌데… 그러자 그 분들 하는 말, “우리는 함께 하잖아요!.” 그렇구나. 함께 하는 것, 선의의 동행, 고통을 치유하는 힘이 나오는구나. 모두 즐겁게 일하는 소망 가족 여러분들을 보며 김종해의 시 ‘눈’을 보내드립니다.

눈은 가볍다/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에/ 내리는 눈은 포근하다/ 서로의 잔등에 볼을 부비는/ 눈내리는 날은 즐겁다/ 눈이 내릴 동안/ 나도 누군가를 업고 싶다

“진정 사랑하는 것은 안는 것이 아니고, 업어주는 것이라고.”

업혀서 큰 사람들.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를 업고 사는 세상!

소망 여러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조만철 /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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