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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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2021-12-06 (월) 지영자 / 비엔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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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바삭
사글락 사글락
가을의 발자국 소리

소녀 같은 부드러운 바람이
아기 손 같은 단풍잎 창문에 붙여놓고
나무마다 옷을 벗기며 간지른인다

추수 끝난 들판
들국화 달빛에 더 희고 아름답다


가을은 겸손의 계절
모든 것을 내어주고 베풀고 인자한 계절
노랑 파란 빨간 꿈을 접어 흙에 묻었다가
삼동이 지나 새봄에 다시 피는 슬기의 계절

별빛이 쪼개지는 휘영청 밝은 밤하늘에
별똥별이 빗금을 그리는 이 밤
바람이 손 내미는 대로 벗어주는
겸손의 미덕을 꼭 껴안고
별들의 품속에
이 밤 잠들고 싶어라

<지영자 / 비엔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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