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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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백서들을 통해 보는 미국의 현황

2021-12-06 (월) 김광석 한미헤리티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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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백신접종을 의무화하자 앤티백서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은 국가는 개인의 선택에 대한 자유를 보장해야하고, 어떠한 이유에서든 백신을 거부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신을 거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첫째는 개인적인 해석이다. 백신에 대하여 꺼림칙한 생각이 있고, 하늘이 부여해준 자연 면역기능을 믿으며, 거부하는 결정에 자유함을 느끼는 것, 둘째는 종교적인 해석이다. 악의 세력들이 인류를 조종하기 위해 백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믿고, 그 악으로부터 나 자신과 인류를 보호해야한다는 신앙적인 사명감, 셋째는 정치적 해석이다. 공화당 극우파를 중심으로 현 민주당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인 거부감을 확산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첫 번째 개인적 이유는 의료진들조차 백신에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있다는 이유로 접종을 거부하는데, 특히 이러한 논리에 앞장선 America’s Frontline Doctors라는 의료집단의 배후에는 극우파들이 있고, 이들이 티파티에 관련이 있음을 보며 정치적 개입이 작용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둘째 종교적 이유는 경제를 쥐고 있는 몇몇 거대기업들이 악을 숭상하며 카르텔을 형성하여 정부를 조종하여 백신을 강제 주입하고, 이 백신을 맞으면 짐승의 표가 인체에 남게 될 뿐 아니라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셋째 정치적 이유는 보수 백인들의 관점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이 배경에는 백인우월주의의 전통적인 사고가 작용하고, 추적해보면 티파티의 특성에 연결돼있음을 알 수 있다.


티파티는 국가가 세금을 낮추고 기업들의 활동을 도모해야하며, 큰 재정을 소비하는 오바마 플랜같은 것은 없어야한다며, 과거의 위대한 미국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기존의 선거제도에 대한 문제점들도 지적하였는데, 그 배경에는 향후 몇십 년 뒤면 히스패닉, 흑인, 기타 인종들이 백인의 숫자를 능가하고, 기존의 선거제도를 통하여 백인들이 미국을 이끌어갈 수 없음을 염려했다고 생각된다.

티파티의 주장은 트럼프 정부의 등장을 가능케 하였다. 기존의 정치질서에 회오리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주류미디어들을 불신하고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종교집단을 끌어들여서 미국을 악의 세력으로 구원하겠다며 한 배에 타게 했다. 오바마 플랜을 백지화하며 이전 정부의 질서를 불신하고, 백인들이 강한 힘으로 위대한 미국을 재건해야하며, 이민자들을 통제하고, 미국 국익을 우선해야하며, 이제까지 미국과 세계의 질서를 조종해온 악의 세력을 제거해야한다는 논리를 확산하고 있다. 이를 음모론이라고 하지만 자신들은 진리를 말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극우파 보수 백인들과 기독교계 일부가 동의하고 있다. 트럼프 세력으로 뭉치는 시민들은 현재 거의 백신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민자들과 유색인종 및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미국을 이끌어가는 선명한 이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도시를 떠나 전통적인 공화당 주에 가면 2024년 대선에 트럼프가 다시 당선되었다는 선전물들이 빌보드에 세워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정서이다.

미국의 아이덴티티가 흔들리고 있다. 백인의 나라인가 이민의 나라인가? 민주당은 이민의 나라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하며,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시대적 요구에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하겠다.

<김광석 한미헤리티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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