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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천 냥 빚까지 갚는 언어 ‘칭찬’

2021-11-30 (화) 은윤선의 미술치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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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치료 전문가 센터빌, VA

누구나 다 칭찬을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 속이 훤히 들여다뵈더라도 좋은 말 듣는 사람은 즐겁다. 여자들은 만나면 서로 예뻐졌다고들 야단이다. 사실 자세히 뜯어보면 별로 예쁜 구석도 없는데 서로들 예뻐졌다고 하면서 좋아한다.
오랜 세월 살아온 남편이 습관적으로 칭찬을 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칭찬은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들을 때 효과가 훨씬 크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에게서 칭찬을 듣게 되면 상대방의 의도부터 찾게 된다.

‘돈이 필요한가?’, ‘뭐 숨기는 구석이 있는가?’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칭찬의 효과는 의외의 상황에서, 그것도 예상치 못했던 사람에게서 받았을 때 더 크다.
예를 들어, 다른 부서의 젊은 여사원이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과장님의 옷맵시는 언제 봐도 산뜻해요”라는 말을 건네는 것은 자주 보는 사람들이 하는 칭찬과는 사뭇 다른 기쁨을 준다. 유사하게 제삼자를 통해 건네 들은 칭찬은 직접적인 대면관계에서 전달받은 것보다 더 효과를 발휘한다.

사장님이 “자네가 차부장이 가끔 얘기하는 이 대리지? 말없이 일을 깔끔하게 처리한다고 칭찬하던데.”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런데 우리 부서의 차부장님은 평소에 칭찬한 적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면전에서 듣는 칭찬도 좋으나 그것보다 제삼자에게서 전해들은 칭찬이 더욱 감동적이다. 칭찬을 한다고 항상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습관적으로 칭찬을 하는 사람에게서 칭찬을 받을 경우 그것은 단지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
아론손(Aronson)과 린다(Linda)라는 심리학자는 남들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엿들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대화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연구했다. 대화의 흐름을 네 가지로 변형시켜 제시했다. 한 조건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엿듣는 사람을 계속 칭찬하게 했다. 두 번째 조건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난하는 말을 하도록 했다. 세 번째 조건은 처음에는 비난을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칭찬을 하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조건에서는 처음에는 칭찬으로 시작하지만 비난하는 것으로 끝내게 했다.

엿듣는 사람이 가장 호감을 느끼는 것은 어떤 조건일까?
얼핏 보기에는 계속 칭찬만을 하는 사람을 좋아할 것 같지만, 사람들은 세 번째 조건의 사람을 가장 좋아하였다. 부분적으로 결점을 거론하지만 장점이 많다고 결론을 내리는 사람이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난이 포함되는 칭찬이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비난을 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비난을 할 때 상대방의 자존심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게 되면 나중에 칭찬을 한다고 해도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허를 찌르거나 치명적으로 모욕을 안겨주는 비난은 삼가는 것이 좋다. 너무 가혹한 비난 다음에 주어지는 칭찬은 단지 비난을 무마하려는 인사치레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언어의 요령이 없어서 오해를 사는 경우가 종종 있게 마련이다. 비난만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도 상대방이 내가 한 말로 인해 상처를 받고,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칭찬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요령이 필요하다. 그러나 잘하지도 못한 것을 무조건 잘했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해서 칭찬하는 것은 금물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이 거짓임을 알아차리고 거짓 칭찬하는 사람을 믿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의 장점 또는 잠재력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그리고 다각적으로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문의 yun8472@gmail.com

<은윤선의 미술치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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