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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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모 아기

2021-11-30 (화) 조형자 / 워싱턴 문인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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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십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결혼을 하면 부모님들은 은근히 손자, 손녀를 기다리신다. 나의 집 식구는 부모님과 형, 나로 구성된 조촐한 가족이다. 부모님은 형이 결혼을 해서 손자, 손녀를 안겨주기를 고대하셨다. 근데 형은 결혼을 할 여인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나 역시 한국부인이 아닌 중국여인과 인연을 맺었다. 결혼은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부인을 찾으려고 노력을 했지만 인연은 쉽사리 맺어지지 않았다. 드디어 여자를 찾았다. 중국여인이다. 국적 관계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부모님들은 말씀을 하지 않으셨지만 아기를 기다리시는 것이 나의 눈에 역력히 보였다.
나 역시 부모님들께 무엇이라고 할 말이 없었다. 시간이 말해 줄 것으로만 서로가 묵묵히 기다리면서 나이만 먹어갔다. 우리 부부는 아기에 대해서 의논을 했다. 더 이상 우리가 노력해서 이루어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의논한 결과 대리모를 선택하기로 결정을 지었다. 아기를 만들 ‘난자’는 나의 부인 것이 아닌 같은 직장 병원에서 일하는 동료 것이었다. 혹시 앞으로의 화를 막기 위해서 변호사 앞에서 난자를 준 동료직원에게 2만 달러의 금액을 전해 주면서 사인을 주고받았다.
나의 ‘정자’와 힘들게 구한 ‘난자’가 인도에 살고 있는 27세의 대리모 여인에게 전달이 되었다. 남편과 아이가 있는 가정주부였다. 대리모의 집은 뉴델리에서 비행기로 4시간이나 더 가는 파키스탄과의 국경지역이며 인도에서도 아주 빈곤한 지역이라고 한다.

아기를 낳아줄 대리모에게도 2만 달러로 계약을 맺었다. 우리 부부는 아기가 탄생할 때까지 10개월 동안을 인내하면서 기다려야 했다. 대리모가 받는 금액은 그 나라에서 남자들이 일하는 3년 동안의 품삯이라고 한다. 오죽 생활이 궁핍하면 남의 애를 뱃속에 10개월이나 품고 지내면서 대리모를 할까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아기가 태어나기 3개월 전에 버지니아에 살고 계시는 부모님께 아기 소식을 알렸다.“손주에요.” 부모님은 너무 기뻐하시면서 축하한다고 기뻐 어쩔 줄을 몰라 하셨다. 부모님들과 따로 살고 있기에 자주 만나 뵙지 못하는 관계로 자세한 내용들은 잘 모르고 계신다. 당연히 며느리가 임신에 성공해서 아기를 가진 것으로 아시고 축하 메시지를 전해주셨다.


가슴이 뜨끔 했다. 얼버무릴 문제가 아니었다. 솔직한 내용을 전달했다. 며느리가 아기를 갖는 것이 아니에요. 대리모의 출산입니다. 부모님의 기분은 순식간에 저기압으로 변하셨다. 기뻐 어쩔 줄을 몰라 하시고 좋아하시던 감정이 갑자기 사라지고 풀이 죽으셨다. 또 대리모가 인도 여자라고 소개를 했다. 대리모에 대해서 설명을 들은 부모님께서는 걱정을 많이 하셨다. 아기의 피부 색깔과 생김새를 걱정하시었다.

드디어 10개월이 되는 날의 시간에 아기를 찾으러 인도 공항에 도착했다. 아기를 찾기 위해 간 병원은 아기 공장이라고 불리었다. 세계 각국에서 대리모를 만나 아기를 찾으러 오고가는 사람들로 병원 안은 북새통이었다. 갓 낳은 신생아를 사진을 찍어서 버지니아에 살고 계시는 부모님들께 보내드렸다.

부모님들은 매우 기뻐 하셨다. 자식으로 손자를 갖고 싶어 하시는 부모님들의 소원을 풀어드린 것 같아서 마음의 부담이 홀가분했다. 나의 부인의 언니도 아기가 없어 똑 같은 방법을 선택하여 쌍둥이 형제를 얻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조형자 / 워싱턴 문인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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