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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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미국의 가치

2021-11-26 (금)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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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로 생각했던 북극의 얼음이 지구 온난화로 빠르게 녹고 있다. 그로 인해 북극을 짓누르고 있던 얼음이 녹아서 바다로 흘러 들어가 균형을 이루고 있던 대륙의 판들이 움직이게 되면서 곳곳에서 지진과 화산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육지와 바다 속 수많은 곳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고, 더워진 지구 온도로 인해서 농작물과 바다 속 어류들 생태계가 급격하게 바뀌면서 머지않아 인류는 심각한 식량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구의 온도 상승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연쇄작용과 나비효과는 인류가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에 직면하게 하고 있는데, 지구상 유일 강대국 미국이 가치의 혼란으로 힘이 빠지면서 또 다른 혼란들이 세계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류는 지금 국가와 국가 간, 그리고 각 나라 안에서는 인종, 계층, 연령, 성별로 분열하고 대결하는 양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지금 세계는 미국과 유럽이 한 편이고 중국과 러시아가 한 편이 되어서 세상의 주도권을 다투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감히 미국에 대항할 나라가 없었고, 중국과 러시아도 늘 미국의 눈치를 보고 꼬리를 내렸는데 이제는 경제와 군사력 모두에서 서로 물러서지 않는 대결 국면이다. 지구온도 상승으로 북극의 얼음이 녹아서 연쇄작용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지구상 절대 강자였던 미국의 힘이 빠지면서 이런 연쇄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내부도 사실상 국제사회처럼 온통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절대 인구수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백인들의 주도권이 흔들리면서 인종혐오에 기반한 백인민족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백인민족주의의 부상은 인종주의, 반 이민, 반동성애, 총기 소유의 자유 등을 주장하면서 백인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정치세력화를 하고 있었고,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합류하면서 합리적 보수의 공화당을 백인민족주의 공화당으로 바꾸었다. 사실 이런 일들은 과거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역사적으로 경험했던 현상이다.

이 와중에 백인민족주의자들의 무력이라 할 수 있는 민병대에 힘을 실어 주는 결정적인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8월25일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백인 청년 리튼하우스에게 위스콘신 주 케노샤 카운티 법원은 11월19일, 정당방위라는 무죄 평결을 내렸다. 리튼하우스는 일리노이 주에 살면서 불법으로 공격용 소총을 구매하여 위스컨신으로 건너가 시위대에 발포를 하여 2명의 백인 남성을 죽이고 1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그러면서 자신은 무법의 폭력시위를 좌시할 수 없어서 무장을 한 자경단이고, 또 그들의 공격에 살기위해서 정당방위로 총을 쏘았다고 했다. 그리고 리튼하우스는 백인 민병대와 수많은 공화당 정치인들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찬사를 받았고 백인 우월주의 사회의 영웅이 되었다.

이 판결은 중무장한 백인민병대가 유색인종들을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도록 오해하게 할 수 있고, 앞으로의 시위는 비무장 시위가 아니라 무장 시위로 번질 수 있어서 자칫 인종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순식간에 무력충돌을 일으키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미국의 가치인 ‘평등에 기초한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대신해서 ‘총’이 더 중요한 미국의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총기 휴대를 주장하면서 평등을 부정하고 인종주의를 선동하고 소수계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의 가치인 평등에 기초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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