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새 영화 ‘킹 리처드’(King Richard) ★★★★ (5개 만점)
▶ 가족애 다룬 튼튼하고 기분 상쾌한 드라마, 스포츠 영화로 승리감에 도취케 되는 수작
리처드가 비너스와 세레나(리처드의 왼쪽부터 차례로)를 비롯한 가족을 데리고 비너스의 주니어대회장으로 가고 있다.
테니스계의 두 수퍼 스타 자매 비너스와 세레나 윌리엄스를 훈련시키고 키워낸 아버지 리처드의 집념과 열정 그리고 가족애를 다룬 튼튼하고 기분 상쾌한 가족 드라마이자 스포츠 영화로 모든 사람들의 정신을 고양시켜줄만한 수작이다. 넉넉한 가슴을 지닌 승리감에 도취케 되는 작품으로 불굴의 의지와 정열이 안으로 가득 찼는데 힘든 환경 속에서도 윔블던 챔피언 선수로서의 꿈을 향해 치닫는 아버지 코치와 두 딸의 얘기를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다루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출중한데 특히 볼만한 것은 리처드로 나오는 윌 스미스의 연기다. 결점이 있는 사람이지만 두 딸을 비롯한 가족에 대한 사랑과 비너사와 세레나를 챔피언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뜨거운 가슴과 침착한 결단력을 잘 조화시켜 보여주는 그의 연기는 아카데미상을 받을만한 것이다. 스미스는 또 다른 스포츠영화 ‘알리’와 함께 ‘행복의 추구’로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었다.
1990년대 초. LA의 흑인동네 캄튼에 사는 리처드는 야간 경비원. 간호사인 아내 오라신(온자누 엘리스)과 함께 비너스(사니야 시드니)와 세레나(데미 싱글턴)를 비롯한 다섯 딸을 키우는데 엄격하지만 딸들에 대한 사랑이 깊다. 리처드는 비너스와 세레나를 낳기 전부터 딸들을 테니스 챔피언으로 만들겠다는 78쪽에 이르는 문서를 작성해 놓았다. 그리고 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비너스와 세레나를 데리고 열악한 환경의 테니스 코트에 가 딸들을 맹훈련시킨다. 이와 함께 그는 딸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유명 테니스코치들에게 보내 무료 코치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물론 대부분 거절당한다.
리처드는 두 딸의 엄격한 테니스 코치이면서 아울러 이들에게 선수가 되기 전에 인격을 완성시키고 가족을 사랑하며 좋은 성적을 받을 것과 겸손을 배울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고집불통의 일종의 독재자 같아서 아내와 상의 없이 딸들의 문제를 혼자 결정해 종종 충돌을 빚는다.
비너스의 재능을 깨닫고 코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유명한 코치 폴 코엔(토니 골드윈). 두 딸을 다 가르치지는 못하겠다고 해 세레나는 과거 운동선수였던 어머니로부터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비너스는 주니어대회에 나가 연전연승을 하면서 신문에 크게 난다. 영화는 비너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음 코치를 자원한 사람이 제니퍼 카프리아티를 키운 릭 메이시(존 번달). 그리고 온 가족이 릭이 활동하는 플로리다로 이주한다. 그러나 리처드는 비너스를 더 이상 주니어 대회에 출전시키지 않고 아울러 프로 데뷔마저 자꾸 미룬다. 10대 초반의 비너스가 너무 이른 나이에 각광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염려와 함께 선수로서 보다 먼저 한 인간으로서 성장할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비너스와 리처드 간에 충돌이 생긴다. 영화는 비너스가 14세 때 프로경기에 데뷔, 결승전에 나가면서 끝이 난다.
제목 그대로 내용의 중심인물이 리처드여서 비너스와 셀레나의 내면 묘사가 다소 결핍된 것이 흠이지만 보는 사람의 영혼을 고무하는 메시지를 지닌 훌륭한 영화다. 카리스마와 함께 도사견 같은 집념을 지녀 아내와 코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충돌이 잦지만 내면에는 사랑과 인자함이 있는 리처드의 모습과 성격을 티내지 않고 참착하게 보여주는 스미스의 연기와 집안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강인한 아내 오라신 역의 엘리스 그리고 코치 릭 역의 번달의 연기도 뛰어나다.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 감독. 관람 등급 PG-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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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