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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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나무

2021-11-22 (월) 김지영 / 일맥서숙 문우회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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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벗는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낙엽
발밑에서 바스락바스락 정겹다.

가을 나무들이 엽서를 쓴다.
받는 이의 주소도 없는
글자도 없는 사색의 사연들
잎잎마다 기쁘고 슬펐던 사랑의 흔적들

낙엽 속엔 가을 소리도 숨어있다.
옥구슬 같은 새들의 울음소리
벌 나비의 나래 짓 소리
졸졸 조약돌 굴리는 도랑물 소리
연인들이 흘리고 간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


청명한 하늘 아래 낙엽 길 찍어가며
깊어가는 가을을 찬미하는 즐거움

어디서 불어온다.
보이지 않는 한줌 바람이


가을 나무는 엽서를 쓴다.
깊은 산골 화전민에게
바닷가 어부들에게

산장의 처마 밑 풍경소리
땡그랑 ~

<김지영 / 일맥서숙 문우회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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