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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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수입해야 하나?

2021-11-21 (일)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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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형님 한분이 계시다. 박사학위를 따려고, 교수 노릇을 하려고 일생을 대학교 주위만 맴돌다 은퇴하신 분이다. 물론 한국을 20대 나이에 떠나서 한국 사람이 아니라 완전히 미국 사람이다. 그런데 대단히 정치인들을 싫어하는 좀 특이한 점도 있으시다. 형님은 정치인들을 미워하기 때문에 그분 나름대로 항의의 의미로 대통령 선거 때에 투표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그분 생각이 난 이유가 있다

오랜 이야기이지만 그 분이 실화라며 들려주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이니까 20여 년 전이다. 형님이 서울 가는 비행기에서 어느 분과 자리를 이웃했는데 이 분이 형님 외모만 보고 한국 사람으로 단정하고 이야기를 걸어 왔단다.
“당신네 나라 한국은 히딩크라는 축구 코치를 불러와서 월드컵 대회에서 4등을 했다. 당신의 나라는 다 잘하고 있는데 정치만은 영 엉망이다. 그러니 히딩크 케이스처럼 대통령을 수입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어떠냐?”
이에 형님의 대답이 이러 했고 서로 박장대소 했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다. 그런데 내가 가만히 보니 부시를 한국에 팔아서 그를 미 대통령 자리에서 내쫓고 싶은 모양인데 한국도 부시만은 절대 안 된다 할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이유는 지금 한국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고 있는데 아무리 보아도 현재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 중에 그 누구도 내 눈에는 대통령감이 안돼 보인다. 그래서 정말 대통령을 수입해야 하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이 인공지능, 로봇 만능시대에 들어서고 있으니 대통령이나 장관 전부를 로봇으로 하면 어떨까 잠시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다가 그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능률적이고 공평하겠지만 무슨 정책연구소, 인권 등을 들먹이는 시민단체나 노조 단체 등은 필요가 없어지고 대량의 실업자가 생겨 날 것이다.


그보다 언론도 운영이 안 될 것이고 저녁에 할 일 없는 사람들의 소일거리인 막장 연속극 TV 등이 이야깃거리가 없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역시 인간사는 세상, 특히 정치에는 좀 사람냄새가 나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로봇은 안 되겠고 다시 대통령을 수입해야 하나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세계를 상대로 경매에 붙이면 어떨까 하며 말이다. 당신이 한국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어떻게 통치할 것인지 통치할 상품을 내놓으라 하면서 말이다. 수입 선을 미국에서? 트럼프, 바이든 대통령을 뽑는 것을 보니 미국에서는 마땅한 후보 상품이 없는 것 같다. 중국? 어휴 그건 더더욱 안 되지. 시진핑이 우연히 나왔겠나? 사람을 사람답게 살지도 못하게 하며 부동산 문제를 현재 한국 실정보다 더 악화시킬 것이니 그런 나라는 더더욱 안 되지. 일본? 프랑스? 필리핀? 스웨덴? 쿠바? 로마 교황청?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마땅히 구입할 나라가 없는 듯하다.

결국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나는 무슨 상품을 내놓지? 2년간 미국인인 내가 신탁 통치를 하고 2년 후 다시 한국인에게 대통령 직을 되돌려주겠소, 하면서 공약 중에 하나로 신탁통치 2년 동안 마치 육군사관학교 같은 개념으로 국회의원 사관학교, 대통령 사관학교를 만들어서 대통령 감, 국회의원 감들을 배출하겠소, 하면 어떨까?

하도 한국에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면서 돌아가는 뉴스를 접하니 이런 개꿈을 잠시 꾸어 보았다. 사실 지금 한국은 전 세계가 소용돌이치는 큰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이 중요한 시점에 후보들이 서로 부끄러운 과거만 들추며 싸우고 있다니 참 답답하다.
나의 이 비아냥거리며 또 흘겨보는 이 콩트의 밑바닥에 흐르는 의미를 정치인들이 한번 되씹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1%의 가능성도 없지만 그래도 꿈은 꾸어야겠지.

<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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