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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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10월의 단상

2021-11-19 (금) 김광석 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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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7일은 입동이고 음력 10월3일 개천절이었다. 개천절은 본시 음력이어야 한다. 개천에 대한 것은 단군세기에 자세히 기록되어있다. “개천 1564년 상월(10월) 3일에 이르러 신인왕검이 오가의 우두머리로서… 단목에 터를 잡고 그를 단군왕검이라 했고 나라를 세워 조선이라 했다”

이를 근거로 설명하면 기원전 3897년 갑자년 10월3일에 한국의 신인천제인 지리위 환인이 환웅을 태백산으로 보내어 개천하여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신시배달이 시작되었고, 기원전 2333년 10월3일에 단군왕검이 조선을 세웠다는 것이다. 10월3일은 신시배달이 개천한 날이고 고조선이 건국한 날인 것이다. 고조선은 여러 부족들의 연맹으로 47대 왕검에 의해 통치되다가 북부여 고구려 신라 백제 가야 등으로 한민족이 이어진다.

10월을 상달로 정한 것은 생명이 시작되는 것은 봄이 아니라 늦가을/초겨울이라고 보기 때문이었으리라. 음력 10월이면 모든 작물들이 추수되며 씨앗들은 그 속에 생명을 잉태할 때이고, 3일이면 초승달이 뜨는데 초승달은 시작을 뜻하고, 음력 시월 3일은 북반구에 새로운 한 해가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겨울의 문턱에서 한해가 시작된다는 것은 생명의 순환을 의미하며, 이는 서양의 이분법적인 세계관과 비교될 수 있다. 근대에 서구 중심으로 세상의 일들이 진행되다보니 서구적 사고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였고, 자본전쟁과 적자생존이 세상을 무척 건조하게 만들어버렸다. 순환 논리는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이니 전체가 하나로 순환되는 것이요, 하늘의 뜻이 땅에 이루어지며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도모하는 홍익인간의 원리를 말하고 있다.


현대사회가 4차산업으로 인공지능으로 화성탐사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지만, 그 목적이 사람을 위한 것인지, 새로운 재화를 창출하려는 욕구인지, 아니면 두 가지의 목적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지, 이를 분명히 할 때 인류에게는 미래가 보장된다. 오징어게임이 세상의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자본과 재화 그리고 특정집단의 이익에 치중된 현세의 처참한 단면, 비인간적인 살생에 대한 죄의식의 상실 등을 단호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모든 인류에게 평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철학과 사상이 한민족에게 있었지만, 인류는 오랫동안 이를 멀리했다. 우리 민족의 힘이 쇠약해져서 이를 지켜낼 수 없었던 것,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사람보다는 자국과 권력층의 이익에 치중한 것, 미래보다는 현재의 이익을 선호했던 것, 내 이웃들이 함께 잘되어야 나도 잘된다는 생각을 멀리했던 것 등 근시안적인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팬데믹을 통하여 인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팬데믹은 실거래에 있어서 국가를 벗어나 세계화로 전환되는 것에 기여하고 있고, 화상 커뮤니케이션은 지구촌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는 개괄성을 촉진하고 있다. 국가마다 더 이기적인 태도를 취할 것인지, 아니면 인류를 상대로 국가와 기업이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추수와 함께 씨앗 속에서 새 생명이 배태되고 한 해가 시작되는 상달 시월, 하늘을 향해 제사하는 마음으로 기원해본다. 모국이 홍익인간의 철학으로 지구촌에 공헌하는 나라가 되어야하겠고, 미국 땅에 뼈를 묻는 우리와 자손들도 나로 인하여 이웃들이 행복할 수 있고, 한인들로 인하여 미국이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리라는 것을.

<김광석 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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