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시작해 온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끔찍스러운 박쥐! 수많은 사람들을 천국(?)과 지옥(?)으로 보낸 새로운 전염병 COVID-19와 나약하게만 보였던 우리 인간들이다.
정말로 욕심 많은 인간들의 음모인지, 우리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신의 가르침인지, 내 상식으로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난 박쥐를 보며 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박쥐, 공포 영화에나 나오는 징그럽고 끔찍스러운 놈들이다.
그런데 그 끔찍스러운 놈들이 내 집에 쳐들어 왔다. 그 것도 침실에…. 예민하고 잠귀가 밝은 나는 놀랐지만 가만히 눈을 떴다. 보이지는 않지만 쉬이익 하고 내가 자는 위로 날아가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침실 문을 닫고 응접실로 내려 온 내 몸은 후들후들 떨고 있었다.
어떡하지? 911에 전화를 걸었다. “헬로.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저… 박쥐가 내 방에 있어요, 도와주세요.” 냉랭하고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건 우리가 도와드릴 수가 없는데요.” “아 그럼 어쩌지, 어쩌지.” 내 소리가 하도 딱하고 절실 했는지 “잠깐 기다리세요. 내가 PEST 컨트롤 하는 곳과 연결해주겠소.” “예, 예, 나 살려 쥐서 고마워요.”
새벽 두 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방에도 못 가고 응접실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6시에 딩동딩동 한다. “박쥐 잡으러 왔는데 어디 있죠?” “예, 이층 화장실에요.” 긴 막대기에 쥐 잡는 끈끈이를 가지고는 10초 만에 잡고 내려왔다. 내미는 청구서를 보니 200불이다. 처음엔 반가웠는데, 체크를 주면서 조금 아까웠다. “에이 내가 잡을 걸….” 딸에게 말했더니, “엄마 난 50불이면 되는데, 하하….”
그리고는 세월이 흐르고 흘러 우리는 지금 뉴 노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립다, 그리워, 옛날이….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것이 너무 싫고 아주 예쁜 화장도 하고 싶다.
2년이 가까워지는 세월 동안 우리 모두는 참으로 어려운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부모의 장례식도 제대로 못하고, 결혼식도 우아하게 못하고, 자식과 부모들 방문은 커녕 그냥 살기에 바빴다.
비즈니스를 하는 나는 매일 치솟는 물건 값에 입이 딱 벌어지고 그나마 배달해 주는 것만도 땡큐!! 하며 찍소리도 못한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얼마나 더 험하고 멀단 말인가?
그런데 희망이 보인다. 아니 생각을 바꿨다. 우리 이민 1세대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고국을 떠나 젖과 꿀이 흐르는 미국 땅으로 왔다.
막상 와 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넘어야 할 험준한 산들이 너무 많았다. 젖과 꿀이 많은 미국이 우리를 기다린 게 아니고 우리는 개척자 정신으로 척박한 땅을 한발 한발 개척 해 나갔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아이들을 키웠다. 너희들은 어느 곳에서나 꼭 필요한 사람들이 되어달라면서.
성공이란 꼭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 온 몸의 지체가 꼭 자기의 할 일을 해야 우리 몸이 건강 하듯 각자 처해진 곳에서 쓰임 받는 사람이 되면 그 것이 행복이고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각처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우리의 자녀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우리는 그들을 이끌어 주고 밀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희망이 보이고 내게는 꿈이 있다. 아직도 건강하게 숨을 쉴 수 있으면 감사하고 즐겁고 행복한 우리들의 삶이 아닌가.
<
구인숙 / 메릴랜드 연합 여선교회 증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