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코로나 3차 부스터 샷 예방접종을 마쳤다. 2차 때의 아픔을 걱정하며 이래저래 긴장도 했건만, 의외로 가볍게 지나가 주니 3차례에 걸친 예방주사가 번거롭긴 해도 마음만은 홀가분하다.
그러나 갖가지 변명으로 한 차례조차 접종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이 끈질긴 질병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이제는 매일 듣는 뉴스 속의 코로나 이야기도 점차 지겨워지니 어쩌나.
앞으로의 노년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수명이 길게 또는 짧게 좌우되기 때문인지 건강에 관한 한 누구랄 것도 없이 최대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남편이 도서관에서 빌려 온 ‘디어 밥(Dear Bob)’이란 책을 보니 코미디언 밥 호프(1903-2003)가 미 대통령을 11명씩이나 거치면서 연예인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네 살에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 온 계기가 “영국에서는 도저히 왕이 될 수 없을 것 같아 대서양을 건너 왔다”란 그의 익살이 긴 세월 연예계에서 활동하며 폭소의 왕이 되었으니 결코 실없는 농담은 아닌 듯하다.
그는 폭탄이 작열하는 전선에라도 미군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찾아가서 위문공연을 했다는데, 노년까지 남을 위해 웃음을 선사하며 살아온 그의 생애가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는가 보다.
그가 100세까지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까지나 유머러스한 긍정의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국에서도 귀감이 되는 한 분이 떠오른다. 그는 대학강단에서 그리고 은퇴이후에도 꾸준히 명 강사로 존경을 받으며, 100세를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활동을 계속하는 김형석 교수이시다.
평범한 사람의 노년도 이렇듯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단풍처럼 혹은 해지는 들녘의 황혼처럼 은은히 변모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 볼 수는 없을까?
그 분의 말처럼 돌이켜 보면 육, 칠십 년대가 인생의 절정기였고 그 이후의 삶도 욕심을 줄이고 스스로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청년 못잖은 열정으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전한다.
‘소문만복래’라고 ‘억지로라도 자주 웃자’, ‘긍정적인 사고로 마인드 컨트롤하자’ 등 많은 노년의 지침서들이 우리를 깨우쳐 준다.
노년의 행복이란 생각보다 단순하다. 언제부터인가 어깨의 무거운 짐들을 새털처럼 가볍게 털어버리게 되는 그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열정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한 나이와는 상관없이 건강한 노년만이 있을 뿐 노인은 없다란 말이 어쩌면 위로의 속삭임이 될지 모른다.
간만에 동네 근처 동산에 올라 가 보니 숲속에는 이미 화려한 색동옷으로 갈아입은 단풍이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넉넉한 가슴을 내어 놓은 황금 빛 들녘에는 겨을을 대비하듯 원통 모양으로 둥글게 말아둔 건초더미가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데굴데굴 굴러 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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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순 / 우드스톡,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