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개선장군처럼 집에 돌아오다!

2021-11-14 (일) 정성모 워싱턴산악인협회
크게 작게
코로나19 때문에, 기상이변 때문에 무주공산이 된 적도 있었지만 독일에서 딸의 결혼식을 순조롭게 마치고 13일만에 무사히 별 탈 없이 집에 돌아오니 편하고 좋다. 성(Castle)이면 뭐하고 궁전(Palace)이면 뭐하나? 금(金)집, 은(銀)집도 좋지만 개(犬)집이어도 내 집이 가장 편하고 최고다.

역시 고진감래(苦盡甘來)였다.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오는 것은 진리다. 코로나19 때문에 결혼식 취소로 혼비백산하고 2년을 기다려 다시 결혼식을 위해 독일로 출발 전날과 출발 당일 신랑 신부를 피 말리게 했던 악천후(bomb cyclone storm). 독일에 도착한 후에도 거의 매일 비가 내렸던 날씨가 결혼식 당일에는 언제 그랬냐고 하듯 너무 쾌청하고 청명하고 화창했다.

요즈음 계절 날씨치고 이렇게 좋은 날씨가 드물다고 말한다. 행운의 여신이 미소짓는 좋은 날이다. 그리고 다음날 또 비. 찾아주신 손님 중에 가슴 사무치게 고마운 손님도 있다. 서울에서, 파리에서, LA에서, 뉴욕에서, 필라에서, 워싱턴 DC에서 날아온 신부 절친들이었다. 국제결혼이 국제적인 결혼이 되었다. 이렇게 좋은 날 행복한 날을 맞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나 보다.


라인(Rhein) 강가에 자리 잡은 18세기 바로크풍 건축 양식의 유서 깊은 성(baroque castle)의 내부를 개조하여 만든 호텔과 예식장은 고풍스럽고 환상적이었다. 명품이고 명물 그 자체다. 중세 유화나 고전 영화에서 보았던 화려함 그 자체다. 당시 귀족들의 사치스런 삶이 눈에 잡힐듯했다.

독일은 성(Castle)이 많아 성에서 결혼식을 많이 올린다고 한다.

미국이나 한국 예식과는 색다르고 독특하게 신부가 직접 호텔, 식순, 방법등 웨딩 마스터 플랜을 만들어 진행했다. 신랑 신부 양가 어머니가 손 잡고 맨 먼저 입장하고, 그 다음 신랑 아버지가 신랑 데리고 입장한다. 마지막으로 4명의 연주자가 연주하는 캐논(Canon)곡의 선율에 맞춰 신부 아버지가 신부를 데리고 입장하여 주례 앞으로 가서 준비되어 있는 의자에 신랑 신부가 앉으면 본격적인 예식이 시작하고 진행된다.

실내 예식이 끝나고 하객들이 먼저 호텔 건물 밖에 나가 기다리다가 신랑 신부가 나올 때 맞춰서 준비한 비눗방울로 깜짝 쇼를 연출했다. 신랑 대모(godmother)의 굿 아이디어! 그리고 다시 들어가서 메인 리셉션이 시작할때까지 연주자들의 아름다운 선율을 배경으로 즐거운 칵테일 아워(cocktail hour)가 진행되었다

칵테일 아워가 끝나고 메인 리셉션이 시작하기 전 신랑 신부가 4인조 연주곡에 맞춰 퍼스트 댄스로 왈츠를 추고 나서 하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연주곡은 신부가 25개 곡을 직접 듣고 가장 좋아하는 독일 왈츠를 선곡했다고 한다. 재밌는 일은 마치 국제회의처럼 독어, 영어, 한국어 3개 언어로 인사말을 했다.

호텔에서 실시할 신랑 신부 가족 친구들과 결혼식 전야제 계획은 호텔 레스토랑 사정으로 근처 레스토랑으로 옮겨 실시했다. 다음날 오후에 결혼식이 끝나고 진행할 가든 파티도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호텔 실내 칵테일 아워로 대신했다.

호텔에서 메인 피로연이 끝나자 신랑 신부 친구들과 하객들은 술에 취해 성(Castle) 내부의 고풍스런 분위기에 취해 다음 날 새벽까지 부어라 마셔라 흥겹게 춤추며 세상이 끝날듯 신나게 즐겼다. 신랑 신부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동화속 주인공 같은 황홀한 기분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결혼식 다음 날 신랑 신부 가족과 친구들은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작별을 했다.
신혼여행도 팬데믹 영향으로 원하는 곳으로 갈 수가 없다. 격리기간 조건이 있거나 미국인은 거절하기 때문에 여행 제한이 없는 신랑 신부가 여러번 여행 다녔던 이태리 북부 지역으로 편하게 떠났다.

멋지고 환상적인 웨딩 플랜을 완벽하게 기획하여 실행한 신부, 정말 수고했다. 역시 너는 내 딸이야! 다시 한 번 결혼 축하해. 엄마 아빠는 너무 기분 좋고 행복했다. 고맙다. 비행기 타고 집에 오면서 내내 엄마랑 너 키운 생각했다. 후회도 하면서… 딸 손잡고 식장에 들어가서 아빠가 마지막 해준 말: “너는 아빠 닮아서 잘 살 거다.”

<정성모 워싱턴산악인협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