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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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전원마을 걷다 완행열차 타고…

2021-11-14 (일) 이진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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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1년 동안은 외출을 금하고 답답한 감옥살이 같이 지냈지만 2년이 되어 가는 지금은 집에서 시간 보내는 생활에 익숙하여 하루의 생활이 빨리 지나가는 듯하다.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친구들로부터 “백신 부스터샷도 맞았으니, 오랜만에 단풍 구경 가자”는 제안이 왔다. 생각할 여유도 없이 쾌히 승낙 하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가을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이유는 단풍이 있기 때문이다. 푸른 나무 잎들이 곱고 고운 옷으로 갈아입어 익어가는 과일과 바람결에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걸을 때 많은 사색과 감상에 젖게 한다.  

이른 새벽 5시에 34명이 버스를 타고 필라델피아로 향하는 도중 설친 잠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으니 좋았지만 기대했던 단풍은 나들이 나온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오랜만의 만남과 여행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하고 길고 긴 하루가 되었다. 

4시간 만에 필라델피아에 있는 ‘짐 쏘프(Jim Thorpe)’ 마을에 도착하니 계곡 사이에 흐르는 ‘리하이’ 강을 따라 산책길과 자전거 트레일을 볼 수 있었다. 역시 마을 전체가 듣던 대로 ‘펜실베이니아의 스위스’라고 알려진 짐 쏘프다. 1861년에 지어졌다는 이탈리언 스타일의 kemmerer 파크 공원, 감옥 박물관과 한국 전쟁에 참전한 이 마을의 영웅 사진이 길거리에 걸려있고, 조그만 가게와 여러 군데에 콘서트장이 있는 아담하고 조용한 마을이었다.  

또한 계곡 사이에 흐르는 리하이 강을 따라 짐 쏘프 마을에서 화이트 허런까지 산책길을 따라 리하이 고지 주립공원에 25마일 기찻길에 45분 소요되는 기차 단풍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한국의 전원 마을처럼 되어 있는 곳에 트레킹 코스가 잘 갖춰져 있는 작은 폭포와 깎아 놓은듯한 절벽에 단풍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좋은 코스였다.  

그러나 곳곳에서 모여드는 차들과 사람들로 북적이고 길게 늘어선 승객의 무질서에 놀랐고 짜증스럽고 한심스러웠다. 45분의 기차를 타기 위해 무질서 속에 먼저 타는 사람이 좌석에 앉을 수 있기 때문에 다투어 승차 했지만 질서유지를 위한 안내방송은 계속 되었다.  

45분 동안의 단풍 기차는 석탄 기차로 옛 한국의 완행열차와 똑같은 모양이다. 옛 추억을 생각하게 하는 기차단풍 여행이었다. 시대가 급변하는 지금의 기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옛 추억을 그리게 하는 짧은 거리의 기차여행이지만 모두가 즐겼다. 

시기적으로 좀 빠른지, 아니면 늦어진 가을 탓인지, 또한 날씨마저 흐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단풍의 아름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여행을 해 봤지만 이번 여행처럼 엉망이고 정리 되지 않은 여행은 처음이라고 수근 거린다. 


돌아오는 길 ‘브라은스 오챠드 마켓’에서의 가을 과일 쇼핑 프로그램에 기대를 했다. 특히 과수원에서 따온 가을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쇼핑으로 생각했었으나, 조그만 마켓에서 제조 된 상품을 파는 곳으로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가게였다. 모두 실망하고 아쉬워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원치 않고 공연한 시간 낭비였고 도리어 스트레스만 받게 되었다. 앞으로 더 좋은 곳을 개발하여 주길 바랄뿐이다. 

여행을 마치고 저물어 가는 노을에 돌아오는 길은 몰려드는 차량들로 붐볐다. 특히 하루 운전시간 10시간을 지키기 위한 운전기사의 위험한 속도에 가슴 조였다. 도착하여 헤어지는 시간에는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나누며 후에 더욱 좋은 날씨에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기를 모두 기대한다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서로의 건강을 기원했다.  

더욱이 이제 7-8학년이 되어 버린 우리다. 앞으로 몇 번이나 이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더욱 의미 있고 깊은 감회를 갖게 해주었다. 

<이진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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