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1학년인 외손주가 조정경기인 Head of the Charles Regatta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흥분해서 전화를 해 주었을때는 본인만 참석하는 줄 알았는데, 딸은 자기 가족과 우리 부부까지 데리고 단풍이 들기 시작한 아름다운 가을에 보스턴으로 즐거운 구경을 하게 주선 해 주었다.
우리 딸이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버지니아 주립대학에서 조정경기 선수였던 젊은 여자 수학선생님이 조정팀을 새로 만들고, 버스를 직접 몰고 학생들을 오코콴 저수지에 데리고 가서 연습을 시킬때 우리 딸이 참석했고, 4년 후에 같은 학교를 다닌 아들이 4년동안 참석했다. 이제는 25년 만에 손주도 같은 학교에서 같은 조정팀에 참석하게 되어, 우리에게는 즐거운 추억이 많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Key bridge와 Roosevelt bridge사이에 있는 포토맥 강을 새벽에 지나가면, 잔잔한 강물위에서 가늘고 긴 보트를 열심히 젓고 가는 멋있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고등학교팀에 들어가자마자 팬데믹으로 운동을 중단했던 손주를 위해, 딸은 사립팀을 통해 포토맥 강과 오코콴 저수지에서 연습할 기회를 만들어 주어서, 이번에 뜻밖에 Head of the Charles 에 참석할 수 있었다.
우리가 몇번 가본 필라델피아의 Schuylkill River의 강변에는 John Kelly Sr.의 동상이 있다. 그는 돌아가신 나의 친정어머니가 무척이나 좋아하셨고, 나중에 모나코의 왕비가 된 유명한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아버지로 1948년에서 1960년까지 네번의 올림픽에 조정경기팀으로 참가해서, 세개의 금메달을 땄다고 한다.
Head of the Charles Regatta는 1965년에 시작한, 하버드대학이 있는 캠브리지와 보스턴대학이 있는 보스턴 사이에 있는 찰스 강에서 하는 3마일 경기로 미국에서 제일 참석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6년에는 심한 폭풍우로 경기를 처음으로 중단했고, 지난 2년동안 팬데믹으로 경기를 중단했다가, 올해에 다시 시작을 해서, 과거에는 이틀만 하던 경기를 처음으로 삼일동안 개최해서, 더 많은 선수들이 참석할 수 있게 했다.
미국에서 제일 큰 Regatta로 약 만명의 선수들이 참가하고, 강변 양쪽과 7개의 다리 위에는 약 25만 명의 가족과 관광객들이 이 참가하는 10월 말의 큰 행사이다.
고등학교 학생부터 노인까지, 거의 2,000 개의 보트가 61개 이벤트에 참석했다. 우리 손주는 두 사람이 하는 보트로 경쟁을 했는데, 53팀 중에 10번째로 경주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다리위에서 손주의 보트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멀리서 손주의 옷에 붙은 10의 숫자가 보이기 시작할때부터, 손주의 한국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응원을 했는데, 손주가 다리밑을 지나가면서 할아버지를 보았다고 나중에 얘기를 해 주어서, 남편을 더 즐겁게 해 주었다.
바쁜 중에도 가까이 있는 사위의 모교를 방문했는데, 팬데믹으로 건물안에는 들어 갈 수가 없었지만, 그가 공부하다 지칠때 한밤에 머리를 식히려 다녔던 Pinocchio라는 조그만 피자집도 방문하여 먹어 보았다.
군중속에서 젊은 애들을 열심히 쫒아 걸어 다니다가, 우연히 한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한손은 할머니를 위해 설명하는 손주딸의 손을 잡고 가시는 어떤 할머니를 본 후에, 나와 13살의 손녀딸은 나와 남편보다 연세가 많은 분들을 세기 시작했다.
그 많은 사람중에 우리 또래의 노인은 열명 정도였다. 집에 오는 길에는 뉴저지의 포트리에 저녁 늦게 도착하여 한국집에서 맛있게 식사를 한 후에, 그 다음날 새벽 2시에 집에 도착했는데도, 몸은 피곤하지 않고, 무사히 잘 다녀온 짧은 여행에 감사한 마음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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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자 / 비엔나,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