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미국에서 약사의 조제 권한

2021-11-10 (수) 신석윤 / 약사
크게 작게

▶ 바라약국 신 약사 칼럼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는 항상 어떠한 일을 하든지 간에 항상 책임이 따르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모든 것을 정형화하기 좋아하는 미국 사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그 일에 대한 책임한계를 반드시 명시를 하고 있다.
며칠 전에 아는 환자분께서 늦은 저녁 시간에 갑자기 급하게 전화를 걸어와서 “어머님이 치아를 3개 뽑았는데 2개는 괜찮은데 1개에서 이상한 통증이 생겨 전에 다른 치과에서 받은 항생제를 먹어도 되냐고?” 물어 오셨다.

요즈음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의료 책임한계에 대한 이슈가 많이 생기는 추세이지만 미국에서는 아주 분명한 대답이 있다. “치과의사에게 전화를 해보세요.”이다.
물론 위의 질문을 얼핏 보면 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은 질문인 것 같지만 미국 약대에서 약사법 공부할 때 많이 나오는 정의 중에 하나가 바로 “약사는 의사처럼 진단을 할 수가 없다”이다. 진단이라는 단어에 대해 정의가 아주 폭넓게 해석이 되기 때문에 약사로서는 대답이 무척 조심스러울 수 밖에서 없다.

위에 질문은 일단 치과 의사가 부어있는 잇몸에 대해서 어떠한 진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고 또한 이러한 정확한 진단이 없는 상태에서 약사가 짐작을 해서 다른 치과의사가 처방을 해준 전문의약품이 항생제 약을 복용을 해도 된다 안된다는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을 할 수가 없다.
물론 옛날 한국에서는 약사도 조제권이 허용이 되는 시절이 있었다. 의사가 귀한 시절 의사의 진단없이도 동네 약국에서 감기약이나 항생제 같은 약들을 환자들에게 처방전없이 줄수가 있었다.


하지만 요새는 한국에서도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그리고 의약분업이 잘 되어서 약사의 권한을 제한하고 있다. 이점은 의약분업을 먼저 시작한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처방전이 필요없는 일반 처방약의 경우 약사가 환자의 상태를 직접보고 나서 복용을 권장할수 있지만 이마저도 약사가 직접 봐야 된다는 규정이 있다. 그래서 위의 질문처럼 상태를 살피지도 않고 무작정 전에 다른 치과의사에 처방을 받은 항생제를 복용하세요 라고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또 한가지 미국에서 받는 어려운 질문 중에 하나가 “몸에 이곳 저곳이 아프네요 뭐 좋은 것 없어요?”라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아무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는 약사로서는 일반의약품 진통제를 추천을 할 수 밖에 없다. 함부로 의사처럼 진단을 내릴 수가 없다.
오랜 약사의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는 지식이 있더라도 환자분들에게는 의사를 방문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으라고 권장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약사들중에서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다. “약대에서 한가지 더 과목을 추가해야 된다고 그것은 바로 마술 과목”이라는 것이다.

물론 몸이 아파 약국에 와서 불편한 점에 대해 정확한 해답을 듣고 싶다라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일반적으로 흔한 질병을 제외한 어떠한 질병도 정확한 피검사, 엑스레이 혹은 어떠한 검사결과없이 그리고 의사의 정확한 진단없이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한다는 것은 마치 마술을 부리는 것과도 같다고 해서 미국 약사들이 종종 이야기한다.
문의 (703)495-3139

<신석윤 / 약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