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먹은 가랑잎
2021-11-04 (목)
유경찬 / 포토맥 문학회 후원이사
쌀살한 추위가 닥쳐오고 나니
내 곁에선 모두 떠나기 바쁘구나
잎새 흠집 생겨 슬퍼도 떠나겠지
푸른 마음을 갉아먹은 상처의 아픔
살피고 붙어서 맘껏 배 채웠을테니
남긴 게 고마워 더 아름답게 물들어야지
어느날엔가 잠들 녘에 전화 벨소리
그토록 삶을 힘겹게 지내던 문우
필의 흔적만을 남겨 놓고 떠났다네
기억 속엔 벌레 먹은 가랑잎 하나씩 들고
울적하던 먼 날의 추억 속의 이야기
둘이는 생과 사를 논하며 낙엽 속을 걸었지
떨어져버린 자국엔 내일의 기쁨이 있고
현실 밖의 벌레먹은 삶들에게는 언제나
올바른 마음에 곱게 물든 잎처럼 변했으면
후엔 기쁘게 남겨 놓고 갈 것이 있겠지
이름 석 자에 모두를 사랑한 흔적으로
곁의 푸른 동산에 오래 갈 이름표를 달 터인데
이젠 낙엽 따라 발걸음 옮길 때마다 언제나
바스락 거리는 어제의 아름다움 그대로여서
오늘도 감사하며 또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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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찬 / 포토맥 문학회 후원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