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제 로마 최고의 전성기는 기원전 146년부터 시작하여 120년동안 3차례에 걸친 포에니 전쟁에서 숙적 카르타고를 멸망시킬 때였다. 그러나 3차 포에니 전쟁을 2년이나 지속하면서 수십만의 병력을 잃은 로마는 지중해 전체를 제국의 수중에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라 안은 극심한 분열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2년 동안 전쟁에 참여했던 시민군들은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기에 토지를 귀족들에게 헐값으로 넘겨야했다. 반대로 귀족들은 전쟁에서 잡아온 노예를 부려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여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부를 독점한 귀족들은 원로원과 최고 공직자인 집정관 권력을 장악하였고, 이에 평민들은 호민관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투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분노하는 시민들의 상황을 파악한 그라쿠스 형제가 토지개혁을 실시하고자 했지만 귀족들에 의해서 암살당하면서 개혁은 좌절이 되었다.
공화제는 사실상 힘을 잃었고,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내전에서 카이사르가 이김으로써 로마는 1인 독재로 넘어갔고, 이에 카이사르가 암살을 당하고 그의 양아들 옥타비아누스가 다시 권력을 잡으면서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로마의 공화제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소비에트와 경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지구상 유일 초강국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다가 911 테러에 분노하여 20년동안 하루에 3억달러씩 전비를 쓰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해오던 미국이 소총으로 저항하던 탈레반에게 밀려서 철군을 했다. 이 전쟁동안 미 국민들의 생활은 점점 피폐해졌고, 전쟁사업의 이권에 관련된 억만장자들의 부는 급속히 증가하였다. 그리고 미국의 의회와 민심은 심각하게 분열하고 있다. 개혁과 수구, 인종주의와 반인종주의, 친이민과 반이민 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분열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직면한 어려움은 이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보았고, 중국이라는 빠르게 성장하는 경쟁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중국은 어차피 2인자이고 미국과 대결에서 져도 2인자이지만, 1인자 미국이 중국에게 밀린다면 2인자로 내려가야 하고, 이것이 국내에 영향을 미치면 미국의 내분을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내년 중간선거로 간다면 현 집권 민주당의 선거는 승리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고, 그러면 나머지 2년동안 미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2년후 대선의 승기를 잡기 위한 정쟁의 의회가 될 것이 자명하다.
247년된 미국은 서구 유럽과 함께 늙은 시스템의 국가다. 그래서 코로나 팬데믹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이다. 전략도 없고 전략을 집행할 시스템과 인력도 없었던 것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소수계이면서 이민자로서 어쩌면 대혼란의 시대 입구에 서있는 것일 수도 있다. 혼란의 시대는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를 찾는 시기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리고 우리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면서 커뮤니티의 단결과 미래지향적인 생각과 행동을 한다면, 우리의 자녀들이 새로운 미국의 핵심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이민자들이 미국에 들어온 순서대로 고난을 겪으면서 미국사회의 중심부로 나아갔던 것처럼, 후발주자인 우리도 새미국의 건설에 기여를 한다면 미국에서 인정받는 커뮤니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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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