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독감, 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유행을 하는 요즘, 조금만 목 안이 답답하거나 가래가 낀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가슴이 철렁해진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으로 달려가 검사를 받았더니 목 안에도 이상이 없고 어떤 바이러스도 검출되지 않았다며 정상이라고만 한다.
이유 없이 목에서 느껴지는 이물감
물론, 목안이 답답하고 이물감이 느껴지면 이는 실제로 인후나 후두에 염증이 생겼거나, 위산의 역류로 인해 발생하는 위식도 역류 질환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일단 목이 아프면 먼저 이비인후과적인 검사를 받아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가지 검사를 받아도, 목에서 느껴지는 이러한 이물감의 직접적인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러면 이런 질환에 대해 일반 병원에서는 ‘인두 신경증’ 또는 ‘히스테리성 인두’라는 진단을 내리고, 가짜약(Placebo)을 이용해 신경증을 해소하거나, 정신과 상담을 통해 치료하는 과정을 거친다. 쉽게 말해 이는 현대의학에서 이런 경우들을 몸에 생긴 문제가 아닌 마음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 의학적으로 이 증상에 대한 정의가 아직 정확히 내려져 있지 않고 그 기전 또한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임상적으로 환자의 상당수가 폐경기 이후의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여성호르몬 감소에 의해 인후점막 상피세포의 변화가 중요한 원인으로 추정하고, 정신과적으로는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도 흔히 생길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와 있는 정도다.
‘매핵’은 마음의 병이 몸으로 나타난 상태
재밌는 것은, 한의학에서도 이처럼 ‘목에 꼭 이물질이 걸린 듯해 침을 뱉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삼켜도 내려가지 않아 느끼는 갑갑한 증상’의 원인으로 감정의 불균형, 증 불안과 우울함 같은 마음의 병을 그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매핵기(梅核氣)’라 부르고 이에 대해 비교적 명확하고 자세하게 그 기전을 설명한다. 동의보감은 이를 “인후 사이를 장애하여 뱉어도 나오지 않고 삼켜도 넘어가지 않는 마치 매핵 (살구씨) 같은 것이 걸려 있는 증이다”라고 표현했다.
인간의 기본 감정인 기쁨(喜), 성냄(怒), 근심(憂), 생각(思), 슬픔(悲), 놀람(驚), 두려움(恐) 등이 갑자기 치밀어 간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간이 울체되고 비장에 영향을 미쳐 비장이나 위가 제 기능을 잃었을 때, 또는 화병에서 비롯된 억울함을 오랫동안 풀지 못할 때, 비장과 위장의 기가 막혀 담음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담음은 눈으로 볼 수 있는 형체를 이루지는 않지만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운의 막힘으로 표현된다.
즉, ‘매핵기’는 정신적 요소가 그 주원인으로 작용하여 신체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병이므로, 우선 담음을 없애고 기를 풀어주는 한약과 침구 요법을 처방하면 일단 증상 자체는 생각보다 가볍게 좋아진다. 증상이 가벼운 환자는 침 두세번에 사라지기도 하고, 십 수년을 고생해온 만성병 환자라도 대부분 3-4개월이면 증상이 소실된다. 물론 그 이후엔 재발 방지를 위해 감정의 균형을 잡아주고 긴장된 신경을 이완시켜주는 치료를 이어서 받아야 하는데, 여기서는 최소 몇 주에서 몇 달정도로 비교적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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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 한방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