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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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이웃 어르신들의 우정

2021-11-02 (화) 김정원 (구세군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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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막바지를 지나는 몇 주 전에 제가 사는 동네에 엄청난 비가 쏟아졌습니다. 이따금 남편이 이렇게 날씨가 안좋을 때 저에게 해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만약 심한 폭풍우가 불어 닥치면 바닷가 근처 지대가 낮은 저희 집이 가장 먼저 물에 잠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곳에 산 지 삼년만에 정말로 장대같은 비가 쏟아져 내리고 앞마당 나무 큰 가지가 힘없이 부러지는 것을 보니 조금은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때서야 ‘아’ 하며 그 전날 저희 뒷집에 사는 이웃 어르신들이 저희 문앞에 있는 본인 쪽 펜스에 보조 나무를 대고 왜 부랴부랴 수리를 하셨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제가 특별히 그 일이 기억에 남았던 것은, 그 이웃집 주인과 친구분이 이제 은퇴를 하고 나이가 많은 분들이라 일을 하시는 것이 많이 서툴렀기 때문입니다. 저와 제 남편이 도와 드릴려고 하면 기어이 손사래를 치며 친구분과 하면 된다고 하셨는데 연로하신 분들이라 걸음걸이도 약해 보였습니다. 친구분과의 사이가 막역하신 것인지, 귀가 잘 안들리시는 것인지 안경 낀 친구 어르신은 이분께 언성을 높이며 작업을 지시하셨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저희와 가까운 앞동네 한 이웃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이 소란을 구경하러 나오셨습니다. 집 위치가 길이 다른 앞동네 뒷동네임에도 불구하고 두 분은 친분이 두터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저에게 자신의 친구라며 전에는 경찰이었다고 자랑스럽게 웃으며 뒷집 어르신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젊었을 때의 서로를 기억해주며, 또한 서로를 자랑스러워하는 두분의 대화를 바라보며 문득 ‘우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비록 지금은 일을 할 수 없는 나이에 이르렀지만 내 옆에서 내가 누구였는지를 기억해주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삶의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폭풍에 대비해서 친구집 담장을 자기집처럼 같이 고쳐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삶의 큰 재산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그날 해질녁 남편이 어르신들이 보수하고 간 담장을 보고 큰 한숨을 쉬었습니다. 저도 이해가 가는 것이 웃음이 나올 정도로 보수가 많이 허술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한동안 그 삐뚤빼뚤하게 못이 박힌 허술한 나무 판자를 보면서 그 어르신들의 따뜻한 우정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김정원 (구세군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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