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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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에 달을 띄워

2021-10-31 (일) 이중길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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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뒤편에 숨어있는 초승달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가슴 풀어 보이는 초저녁
한 점 구름 속에 떠돌던 모습
내 눈 속에 다가올 때
조금씩 작아지는 가을 하늘
어둠 속에 떠오르는
반쪽 얼굴이 웃고 있다
휘어진 나뭇가지에 매달린
갸름한 몸짓 흔들리는 가슴
반가움에 술잔을 기울이는 밤
내 눈의 좌우로 기우는 달
붉은 입술을 취하고 싶다
입술을 더듬는다
눈에서 콧등 사이로 흘러내리며
은빛으로 피는 사랑의 꽃
하얀 술잔에 달꽃을 가득 채울 때
덩달아 취해버린 초승달
부끄러운 듯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다
어딘가 모르는 곳
홀로 풀잎 위에 취해 있는 사람
세상은 다시 고요한 저녁이 온다

<이중길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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