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선거구 조정 관계 일로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몇 명과 만났을 때다. 당시 나는 페어팩스 카운티의 아태 커뮤니티를 대표해 선거구 조정 자문위원회에서 수고하는 분을 돕고 있었다.
나는 이번 기회에 아시안 커뮤니티가 선호하는 정치인을 좀 더 많이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로 진출시킬 수 있도록 아시안이 많이 거주하는 카운티의 서부 지역에 지역구를 하나 추가해야 한다고 역설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진보 성향의 한 사람이 불쑥 꺼낸 말이 있었다. 만약에 그랬다가 신설된 지역구에서 보수적 아시안 후보가 출마해서 당선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나는 선거구 조정에 있어 우리에게 주어진 일은 진보나 보수,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서 어디에 더 유리한 조정이 되게 하느냐에 있지 않다, 대신 아시안 커뮤니티에 좀 더 공정하고 유익한 선거구 조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기에 그런 질문은 염두에 두지 말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런데 그 후 몇 주 후 타 지역에 사는 여동생이 방문 차 왔을 때 비슷한 대화를 다시 한 번 가지게 되었다.
나에게는 여동생이 둘 있다. 그 중 한 명은 진보적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보수적 정치 성향을 갖고 있다. 민주당에서 활동을 오래 한 나도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진보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집 두 애들도 나로부터 받은 영향인지 모르지만 진보적이다. 진보적 성향을 띤 나, 여동생, 그리고 나의 둘째 아들 그렇게 셋이 앉아 보수적 한인 후보가 출마했을 때 과연 어떻게 투표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를 주고 받았다.
그 질문에 대해 쉽게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부분은 비록 같은 한인이라도 내가 지향하는 정치적 입장과 완연하게 색채가 다른 후보는 지지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답하기 까다로운 부분은 만약에 그 후보가 다른 당 출신 후보라도 아주 한 쪽으로 완전히 치우치지 않고 중도에 가까울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었다.
한인 사회의 당면과제인 정치력 신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좀 더 많은 한인계 정치인의 배출임은 한인들 모두 동의할 수 있다. 물론 같은 한인이라고 무조건 표를 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 후보가 표방하는 정책을 잘 살펴 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표방한다면 투표로 지지하기 바란다. 만약에 내가 견지하는 시각과 차이가 있다면 과연 그 차이가 한인사회의 정치력 발전보다 더 중요한지를 놓고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 주 화요일에 실시 되는 2021년 버지니아 주 하원의원 선거에 첫 출마한 한인 후보자가 두 명 있음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주 하원 제 86지구 아이린 신 민주당 후보, 그리고 제 40지구 해롤드 변 공화당 후보가 바로 그 둘이다.
신 후보는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현역 의원을 물리친 당찬 30대 후보이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다. 물론 선거란 마지막 순간까지 안심할 수 없지만 제 86지구는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여겨지기에 신 후보의 당선을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지난 번 당내 경선에서 한인들의 참여는 극히 미미했다는 것이다. 이번 화요일의 본 선거에서는 참여율이 훨씬 더 높았으면 좋겠다.
반면 한인 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해롤드 변 후보가 도전하는 제 40지구에서는 접전이 예상된다. 네거티브 캠페인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 지역구에는 한인 유권자들이 많이 있다. 그렇기에 두 캠프 모두 한인 유권자들을 의식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당선의 행방은 양당 관계자들의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그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유권자들 모두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어떤 후보를 지지하든 한인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아야 앞으로 정당 관계자들과 정치인들이 한인 사회를 무시할 수 없게 된다. 한인 유권자들의 참여 저조로 인해 한인 사회가 또 다시 부끄럽게 되지 않도록 하자. 한인 사회가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가장 투표율이 저조한 그룹으로 낙인 찍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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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