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산책하는 길에 신호등을 만난다. 가다가 보면 어김없이 ‘가시오, 서시오, 멈출 준비’하는 색깔도 선명하게 파란색, 노란색, 붉은색이 무지개처럼 처럼 번갈아 예전에 교통순경을 대신하여 사거리에 서있다. 가만히 서서 지켜보니 ‘가시오’와 ‘멈추시오’는 시간이 좀 긴데 ‘멈출 준비’는 3초 정도로 짧은 것을 발견하게 됐다.
누가 말하기를 ‘3초의 비밀’이라고 하던데 사실인지는 몰라도 ‘가시오’ 하고서 여유를 주는 덤이라고 할까. 그런데 신호등을 보면서 인생길을 대입하면 답이 풀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일이 잘 풀릴때는 파란 불이고, 일이 꼬일 때는 노란불이고, 빨간 딱지가 붙었을 때는 막장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노란 불은 잠깐의 여유를 주는 묘한 맛이 있는것 아닐까? 멀리서 열심히 달려 왔는데 ‘속력을 줄여라! 천천히 가라! 생각 좀 해라!’ 라고 경고를 주는 것이 아닐까. 신호등 앞에서는 신형차나 고급차가 고물차나 큰 차나 작은 오토바이나 자전거와 사람과 강아지도 가리지 않고 모두 멈춰 서야 하고 신호등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이치는 인생길에도 적용되는 법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잘 생긴 사람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남자나 여자 그리고 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해당되는 순명의 법칙이라고 할까 싶다. 특히 노란표시는 화살표가 하나 더 있는데 파란 불과 함께 깜빡이는 신호를 보내는며 ‘가기는 가되 잘 살펴서 가라' 고 충고를 하는 모양새 같아서 고맙기도 하고 기특함이 있다.
사실 인생길을 그냥 달리다 보면 항상 가기만 하고 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차로 말하면 기름도 넣어야 하고. 정비도 해야 하고. 부속도 갈아야 하고, 더러 손질도 해야 하듯이 사람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쉬고, 여행도 하고, 종교활동과 취미 생활도 하고 가정을 꾸리고 공부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 한자리에서 사시사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고를 하는 가로등에게 고마워해야 하는거 아닐까. 나는 다른 사람에게 가로등 역할을 하고 사는 인생길인가 아니면 때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신호를 무시하고 갔던 일은 없었나 되돌아 볼 일이다.
때로는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같기도 하다. 서로 다투고 비교하고, 잘 나간다고 우기고 할 때 사거리에 서서 앞길을 정리하는 신의 대행자 같기도 하니 말이다.
이제까지 잘 나가던 인생길을 잠깐 멈추어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3초에 노란신호를 보내고는 곧 빨간 신호를 내보이며 안된다고 빨간 신호로 그만 ‘서 있으라’고 준엄한 경각심의 빛을 내고 사거리를 버티고 서있지 않나 말이다.
신은 언제나 우리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는 어느 현인의 말이 진리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불교경전 잡보장경에 나오는 ‘무재칠시’가 생각난다. 재물은 아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성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선행이다. 안시(항상 선한 눈으로 부모, 스승 이웃을 바라보고 나쁜 눈으로 보지 않는 것, 화안열색시(나쁜 얼굴 표정으로 남을 대하지 않는다) 언사시(부드러운 말을 하고, 거칠고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 심시(좋은 마음으로 평화롭고 공양을 깊이 섬겨야 보시라 할 수 있다) 상좌시( 윗어른에게 자리를 펴서 양보하고) 방사시 (집안에서 가고, 오고, 눕도록 하는 배려하는마음) 심시( 재물은 아니지만 마음과 행동으로 보시하는 형태를 말함) 신호등을 볼 때마다 춘하추동 24시간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 자리에서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수고하는 것을 보며 그것을 발명한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다.
우리들 미음 속에 가끔 신호등를 하나 달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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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명 / 수필가,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