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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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얼굴

2021-10-17 (일) 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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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끝에 조그맣게 황금빛으로 매달렸던 가을이 점점 풍성해지고 차분한 갈색으로 퍼지고 있다. 너무 높고 파래서 구름이 근접하지 못할 청명한 하늘아래 빨간 점들을 찍으며 물들어 가는 숲속, 그 사이를 통과한 아침 햇살이 뒷 마당의 나뭇잎들을 보석처럼 반짝이게 만드는 순간이다. 가을이 아름답게 찾아왔다. 자연 뿐이랴! 얼굴에 주름을 장식하며 찾아온 인생의 가을도 이젠 제법 자리를 잡아 간다. 늙어가는 얼굴 모습은 그 사람이 지내온 인생의 성적표라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얼굴 표정이 따뜻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물들어가길 바라고 있다.

사실 사람의 얼굴표정은 나서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지고 변하고 있다. “나이 40이 넘으면 모든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던 에이브라함 링컨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는 대통령이 되자 내각 구성을 위해 각료를 뽑기 시작했을 때 비서관에게서 한 사람을 추천 받았다. 링컨은 단 칼에 거절했다. 그 이유를 묻자 “ 나는 그 사람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소” 비서관은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책임이 없지 않습니까? 얼굴이야 부모가 만들어준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요?” 링컨이 대답했다. “아니오, 뱃속에서 나올 때는 부모가 만든 얼굴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자신이 얼굴을 만드는 것이지요” .

얼굴은 정직하다. 유아기 때의 아기의 얼굴을 보라. 순간마다 웃는 얼굴 모습이 얼마나 해맑고 순수하고 귀여운가.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심정을 알 수 있다. 마음이 흩어지고 복잡한 사람은 얼굴이 심란하게 보인다. 일그러지고 찌그러진 얼굴은 그 표정에서 불쾌함을 느끼고 때묻지 않고 순수한 얼굴은 평온함을 갖게한다. 잘 생기고 못 생기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의 인상에서 인격과 교양, 품위가 느껴진다. 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마음이 착하면 얼굴이 선하게 보이고 마음에 심술과 증오와 질투가 생기면 상스러운 얼굴로 나타난다. 평온하고 부드러운 얼굴에는 믿음이 간다.


켄터키의 평범한 할머니였던 나딘 스테어(Nadine Stair) 가85세에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란 시를 읽었다. 요악하면 “인생을 다시 산다면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고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자주 여행을 다니고 산에도 가고 강에서 수영도 하면서 석양이 물들면 오래 바라보고 인생을 즐기며 매 순간을 더 뜻있고 사려깊게 살겠다” 고 하는 소박한 메시지는 가을의 전주곡처럼 귀를 울린다.

인생에는 되돌릴 수 없는 아쉬움이 늘 있다. ‘삶이란 한 줄기 바람이 불어 오는 것, 죽음이란 고요한 연못에 달이 잠기는 것’이라고 한다. 세월 속에 흘려보낸 되돌릴 수 없는 한 줄기 바람에 미련을 갖지말고 고요한 연못을 감도는 달 모습의 가을인생을 퐁요롭고 의미있게 보내라는 것이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무한한 것은 없다.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 들이고 감사하자. 풀벌레 소리에 잠 못이루고 까닭모를 서글픔이 온종일 마음에 서성거려도 가슴을 펴고 미소지을 수 있는 의연함이 필요하다.

일년 반이 넘게 코비드19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우리는 부자유스럽고 불편함으로 찡그리고 불안한 얼굴모습이 되고 있다. 불안하고 인상쓴 얼굴은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다. 웃음은 마음의 치료제이면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예쁜 마음이 젊고 행복한 얼굴을 만든다. 이제는 팬데믹에서 벗어나 예전의 밝고 안정된 모습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보는 사람마다 얼굴에 나타난 행복이 다른 사람에게도 채워지는 귀한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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