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여행
2021-10-14 (목)
이현원 / 맥클린, VA
버지니아 집 떠나
십여 일 자동차 여행
나이아가라 폭포에 찌든 때 씻어내고
메인주 바닷가 랍스터 구경도 하는
삼천 킬로미터 달리기다
전원에 펼쳐진 조각품인 듯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나무숲과 성글게 자리 잡은 주택
들판에 가끔 보이는 검은 소와 말
모빌 조형물이 풀을 뜯는가 하면
문명에 이골난 인형 그림자는 찾기 힘들다
점. 점. 점.
늘어선 자동차 행렬만이
평원의 곧은 길을 한땀 한땀 수놓고
물질주의 파도에 다듬어진 몽돌이
원시림에 파문을 던지며 물살을 가른다
하늘 찌르는 나무와 나무 스크럼 틈에서
기계로 찍어낸 똑같은 주택 제품들
용케도 잔디 깔고 둥지 틀고는
대자연 속에서 구원을 찾다가
밤이면 불빛이 창문 밖으로 손 흔들고
나그네 입 맞추며 작별의 길을 배웅한다.
<이현원 / 맥클린,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