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화근 제거가 민심 수습의 길

2021-10-14 (목) 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크게 작게
오늘의 대한민국 자화상을 그려보노라면 영락없이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가 떠오른다. 문화, 예술의 소프트 파워가 전 세계를 리드하고 있는 반면 정치 영역의 추악상이 치욕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지난주 워싱턴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세미나에서 하버드대 조셉 나이 교수는 개막 연설을 통해 코리아의 소프트 파워 영향력이 세계 최고라며 첨단 산업과학기술과 아카데미 영화 각종 상을 휩쓴 ‘미나리’와 ‘오징어(Squid) 게임’ 드라마가 전 세계인의 애환과 갈망을 해학적으로 고발하여 심금을 울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BTS(방탄소년단) 음악이 전 세계 청소년 음악계를 계속 압도하고 있는 경이적인 현상에도 극찬을 표했다. 얼마 전 영국의 BBC 방송도 우리의 ‘한글’을 인류사상 최고의 문화업적이라며 영어에 한글 단어 21개를 공식 수록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외세의 끊임없는 압박과 식민지배 아래 온갖 가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 우리는 배고픔을 떨쳐냈고 꺼내 들어보지 못했던 민족의 저력과 슬기의 지혜를 깃발 높이 들어올려 최고봉에 우뚝 섰다고 해도 지나친 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도도한 민족의 전진 앞에 먹칠을 하고 있는 자들이 누구인가. 바로 대통령 자리를 놓고 후보들이 하이에나가 먹잇감을 만난 듯 이성을 잃고 물고 찢는 아우성 난장판의 나라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집권 여당이 이재명 경기 도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그는 온갖 부정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부조리의 화근이다. 이른바 ‘대장동 개발사건’을 둘러싼 뇌물, 배임 횡령 등을 야기시킨 몸통이 바로 이재명이라고 상당수 국민이 지목하고 있다. 불 보듯 분명한 측근 중의 측근을 측근이 아니라고 잡아뗀다. 그의 혐의 여부를 규명해 보자는 당내 의견에 ‘내부 총질’로 분열 행위를 말하며 덮어씌우는 인물이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선출이 역겹기 그지없다.


제1야당, ‘국민의 힘’의 행색 또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반항만 하고 트집만 잡으며 국가 운명과 국민 이익을 위해 내놓는 정책이 무엇인지, 도무지 정치하는 정당인지 집권 출세만을 목표로 하는 집단인지 머리가 어지럽다.
대통령 최종 후보들의 토론회를 지켜보며 낙담하지 않는 국민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정잡배들의 술 취한 논쟁 수준은 차라리 국민들에게 절망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정권교체’라는 구호로 한 때 시선을 모았던 윤석열이 난데없이 당에 끼어들어 실언 연발 망신살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가소롭다. 홍준표, 유승민 두 후보의 말장난은 정치 수준의 격을 떨어뜨리고만 있을 뿐이다.
여야의 상황이 이런 형편인데 맘 놓고 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맡길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무슨 말인가. 현재의 정치 혼란을 쓸어버리고 새 정치 새 지도자로 화끈한 정치혁신을 해 보자는 것이다. 이것이 모든 국민의 희망이고 시대적 요망사항 아니겠는가.

정치인들 중 다소 참작할 만한 인물로 민주당 이낙연, 국민의 힘 원희룡, 무소속의 김동연 전 부총리가 관심을 끌고 있고 상당수는 청렴정직의 상징 손학규 전 대표의 컴백과 원로 지도자 김종인 씨의 용단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일찍이 만주국의 명재상 고염무(1613-1682)는 권력과 백성의 타락을 보고 “쓰러져 가는 나라를 구할 책임은 비단옷 입고 높은 자리에 앉아 육식을 즐기는 자들 뿐 아니라 그 사명은 일개 필부에게도 있다”고 일갈하였다.

이 말은 이재명은 대장동 개발 사건을 직접 설계하고 운영해 온 장본인이다. 이재명에게 표를 던진 민주당원과 야당 정치인들 그리고 일반 국민들이 한번쯤 되새겨 볼만한 경구로 추천하고자 한다.
대통령을 뽑는 수준을 보면 그 국민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라는 말도 있다. 새 인물 새로운 세력이 진심어린 국민들의 열화 같은 지지를 받는 그런 지도자, 그런 세력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571)326-6609

<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