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영국에서 마라톤 대회가 있었습니다. 약 5000여명이 출전한 큰 대회가 열렸는데 놀랍게도 끝까지 완주한 사람이 딱 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1등 한 사람만 상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마라톤 대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알고 보니 1등과 약간의 격차를 두고 2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길을 잘못 들어서 달린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3등으로 달리던 선수부터는 모두 2등을 따라 잘못 달린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2등부터 전부 실격한 것입니다.
제가 종종 우리 교인들에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은 성경적이지 않다고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모로 가도 천국만 가면 된다는 것은 결코 하나님의 말씀에 어긋납니다. 우리는 ‘모’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정도’로 가야 합니다.
우리는 비록 그 길이 좁은 길이라도 옳은 길, 곧은 길을 가야 합니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목적만 이루는 것은 결코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습니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 방법도 올바른 것이라야 합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 것이어야 합니다. 결과보다 ‘어떻게 가느냐’ 하는 그 과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마라톤 선수가 정해진 코스를 가지 않고 다른 길로 가면 실격이듯이 말입니다.
또한 다른 선수들은 열심히 뛰어 가는데, 몰래 자전거나 차를 타고서 먼저 도착해보아야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하나님이 정해주신 규칙을 따라 경주해야 합니다. “경기하는 자가 법대로 경기하지 않으면 면류관을 얻지 못할 것이라”(딤후 2:5)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급합니다. 무엇이든지 ‘빨리 빨리’ 해야 합니다. 물론 빨리 해서 시간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미개하고 낙후했던 우리나라 발전에 그러한 국민성이 어느 정도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속도(speed) 보다 중요한 것이 방향(direction)입니다. 마라톤 선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아무리 빨리 달려 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다 실격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보고 따라가면 안됩니다. 사람들은 종종 우리를 잘못 인도합니다. 우리는 주님만을 바라보고 가야 합니다.
어쩌면 오늘날의 기독교가 점점 세상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잃어가는 이유 중 하나가 아마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사는지 그 모습이 올바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경 말씀대로 거룩한 모습으로 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떠드는 믿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회 생활과 세상에서의 생활이 달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개혁주의 청교도들의 생활처럼 믿음과 삶이 일치했다면 믿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도 인정을 받고, 신뢰를 얻으며 복음이 더 효과적으로, 더 많이 전달이 되어서 믿는 자의 수가 더해갔을 것입니다.
10월을 맞이합니다. 이제 올해도 3개월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까지 얼마나 바쁘게 살아오셨나요? ‘빨리 빨리’달려오셨나요?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볼 수 있는 계절입니다. 선선한 날씨에 색상이 변해가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아니 잠시 후면 떨어질 낙엽을 생각하며 잠시 우리 자신을 돌아보기 원합니다.
제대로 가고 있는지, 힘들고 어렵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하나님의 규칙을 따라 경주를 하고 있는지?
좀 천천히 가더라도 옳은 길, 의의 길을 가기 원합니다. 한눈을 팔지 않고 우리를 응원하시는 주님만을 바라보고, 조심 조심 한 걸음씩 떼기를 원합니다.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 주님 앞에서 떳떳한 우리의 삶이 되기 원합니다.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 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경주합시다”(히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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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일 / 목사(가든교회,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