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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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이란?

2021-10-03 (일) 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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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이 별다른 곳에만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오늘날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세상이 아닌가 한다. 삭막한 오늘날의 세상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안쓰럽다.
도대체 옛사람들, 보통사람들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현대인들, 특히 배웠다는 사람들, 남들의 모범이 되어야할 소위 깨어있을 성 싶고, 지도자이고 싶어 안달복달하는 이들의 사고방식을 유추해 보고 그들의 행동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비록 학식 없고 출세 못했을지언정 상식을 아는 아주 소박하고 평범한 보통인들에게도 못 미치는 창피한 수준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저 못된 것만 그렇게도 우수하게 전수받아 거리낌 없이 아무데서나 마구 써 먹는다. 최소한의 지킬 신사적 협정이 있다. 금도(襟度)-옷깃 ‘금’, 국량 ‘도’라는 말이 있다. 쉽게 이야기해 가슴의 크기, 더 나아가면 마음의 크기, 포용, 관용이랄까. 남을 이해, 받아들이고, 더불어 할 줄 아는 ‘멋’이다. 즉 금도의 멋이 있는 사회가 우리들이 원하는 사회가 아니겠는가!
반면 이와는 반대라고나 할까. 너무 형편없는 세태를 칭해, ‘아사리판’이라는 말이 있는데 두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서로 뺏고 빼앗기는 무법천지(無法天地), 둘째는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아사리라는 일군의 ‘스님’들이 각양각색의 의견과 토론으로 소란과 무질서를 비유한다고 한다. 하여튼 한마디로 ‘멋’대가리 없는 장소나 사회를 비유한 말이겠다.
그 중 하나가 남의 자식 이야기, 흉보지 말라는 것이다. 자식 키우는 부모들, 특히 여러 자식 키울 때 모두가 뜻대로 잘 되는 경우라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세상 일, 자식 키우는 일은 부모 뜻대로만 되는 게 아니지 않는가? 하여 남의 자식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지 말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일생 남의 뒷조사만 하고 다니는 직업은 아마도 천한 직업이라고 규정한다면 이런 일들을 해오고 잇는 사람들은 격노하리라.
또 송사를 벌이고 죄를 묻고 하는 일 자체가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며, 소위 ‘법기술자’라는 신 용어가 출현할 정도로 온갖 음모로 정의 구현한답시고 반대편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악랄함을 특히 근래 너무도 많이 보니 참으로 자괴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하긴 친가, 외가 삼족을 멸하는 끔직한 당쟁사가 있었기에 절대로 그쪽으론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한 현명한 어른들이 계셨음을 우린 알고 있다. 아주 못된 부류들이 아직도 허황된 꿈에서 버둥거리고 있음을 지금 이 순간에도 조국에서 일고 있음을 안다.
부의 축적도 늘 문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 능력에 비례한 정당한 부의 축적은 그 사회의 공감대가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보장되고 허용되어야 함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도덕적 일정 한계를 벗어날 때 어떠한 규제가 있어야 하며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하겠다. 이런 제도야말로 진정한 자본주의 민주국가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하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발을 들여놓을 틈새가 없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거대 부의 집단이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행위, 공룡기업들의 지나친 영역 확대로 소상공인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일들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행태이며 근절,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하겠다. 공룡기업 규제가 예전에도 있었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필요성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수를 자진(自盡)으로 속죄한 사람을 부관참시 하듯 능욕하지 않으나 털어 먼지 아니 나는 사람 없다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로 조그만 잘못을 침소봉대(針小鵬大)하여 대역죄인(大逆罪人)으로 모는 것도 부족하여 자식들까지 들추며 갖은 모욕을 주는 일당들은 도대체 어느 우주에서 내려온 괴물들인가.
도대체 멋이란 게 없는 사람들인 것 같다. 최고의 선(善)은 물처럼 되는 것(上善若水 상선약수)이라는 말(어짐과 겸손 그리고 대도 大道의 극치)이 있듯이 가진 것 없어도 멋있게 사는 것이 부와 권력의 노예가 되어 멋없이 천하고 더럽게 사는 것보다 훨씬 나은 삶이 아닐까?

<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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