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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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씌어진 시(An Easily Written Poem)

2021-09-27 (월) 변만식 / 윤동주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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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봄비가 속살거려 Out window spring rain is drizzling. A
육첩방은 남의 나라, Six-tatami bedroom is of other country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줄 알면서도 Knowing that poet is ill fated being
한 줄 시를 적어볼까 Yet, I am obliged to write a few lines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Having received the mail in which
보내주신 학비봉투를 받아 Contained hard earned tuition through
대학 노트를 끼고 Toil and moil. A tender loving care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Carrying a college note book, I am now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들 Heading the Campus for the class of an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Aged professor`s. In awhile, I recalled
나는 무얼 바라 My boyhood chums` images which are no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Longer in this world one, two, all gone.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What would I expect for. Or I just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Drain down to the Abyss?


부끄러운 일이다 Felt guilty for me poems are so easily
육첩방은 남의 나라 Composing when others in calamity.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Six-tatami bedroom is of other country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Out still raining. Lit the lantern,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Pushed darkness aside and waited for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Dawn. I extended my feeble hand to make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My first hand-shake with me, in tears.


윤동주가 일본 릿교대학(도쿄)으로 유학을 간 1942년은 세계 2차 대전이 일어난 지 3년 차로 일본은 미국의 맹렬한 반격으로 수세에 몰리기 시작하였다. 윤동주는 학도병 문제로 고민하면서도 5개의 마지막 시를 써놓고, 교토에 있는 도시샤대학 영문과로 전학을 했다. 이 대학 재학중에 그는 독립운동의 혐의를 받고 후꾸오까 형무소에 수감되고 1945년 2월 16일, 27세라는 젊은 나이로 순국하니 조국해방을 불과 6개월을 남기고 있었다. 윤동주는 연희전문 졸업 기념으로 자작시 19편을 묶어(서시) 출판을 하려 하였으나 일제의 검열 관계로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였었다.

<변만식 / 윤동주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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