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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와 ‘창조질서 보전’

2021-09-26 (일) 정해철 / 볼티모어 한국순교자천주교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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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현은 엄청난 인적 피해와 물적 피해가 발생하였고 그 지역에 위치해 있던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일본 정부는 이 사고의 수준을 레벨 7로 발표했는데, 이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중 최고 위험단계로 1986년 발생한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동일한 등급이다.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원전에서 1㎞ 떨어진 바다에 방류하는 방안을 공식 결정하면서 어민들은 물론이고 한국을 비롯한 중국 등 아시안 국가와 세계가 또 한 번 놀람과 두려움을 겪게 하였다.
얼마 전에 타계하신 조용기 목사는 일본 지진이 하느님의 경고라고 어느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하였다가 구설에 오르기도 하였다(한겨레 2011,3,14일자). 과연 일본이 하느님을 믿지 않아서 그런 재앙이 일어났는가?

작금의 시간에 코로나19를 비켜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다 바뀌었다. 모든 면에서 바뀌고 있다.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하느님 신앙에 대한 태도가 바뀌고, 교육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인간관계가 바뀌고, 사고방식이 바뀌고, 음식이 바뀌고,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어떡하다가 이렇게 되었나? 왜 이렇게 되었나? 이 코로나19 역시 하느님의 재앙이라 볼 수 있나? 코로나19의 원인이 중국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아닌지 아직도 논쟁 중이다.


필자는 여기서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조용하게 추진했던 ‘창조질서 보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독자들에게 호소하고 싶은 마음에서 기고하게 되었다. 이 운동은 다름이 아니라 자연이 창조주 하느님의 거룩한 숨결이 서린 ‘창조’이고, 인류에게는 그 ‘창조’를 돌보고 가꾸어야 할 책임이 있음을 확인하면서, 환경 문제가 신앙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성찰하고 실천을 강조하는 운동이다. 현재의 프란체스코 교황 역시 창조질서 보전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시고 환경문제를 언급한 회칙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행하기도 하였다.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재앙들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과거에 비해 지진과 화산폭발, 쓰나미, 이상기온 등은 우리가 직접 피부로 느끼고 살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그저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것만은 분명히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여기에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야 하는 물음이 우리 자신에 절실히 다가와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하신 후 인간에게 세상을 다스릴 책임을 주셨다(창세2,15참조). 하느님으로부터 세상을 일구고 가꿀 책임을 받은 인간은 어느 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오늘날 지구의 이상기후나 이상 전염병의 발생을 인간의 책임이며 이 책임의 원인은 인간의 탐욕에서 나온 것이다. 하느님의 경고나 재앙이 절대 아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잘못하였다고 하여 벌을 내리시거나 멸망시키시는 옹졸한 분이 아니다.
현재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가지는 탐욕과 비례한다. 인간의 탐욕이 끝이 없는 이상 과학과 기술은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그 끝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편리한 인간 삶을 위해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 역시 인간의 책임이다. 그러나 인간 각자가 전 지구적 공동체 구성원의 형제애과 개인의 성찰과 회개가 동반되지 않은 발전은 결국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온다.
‘창조질서 보전’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졌으면 좋겠고 작은 실천이라도 해보자. 탐욕을 줄이고 겸손해 지는 연습을 하였으면 좋겠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고 하실 것이다.

<정해철 / 볼티모어 한국순교자천주교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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