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온다. 책을 읽든가 글 쓰기에 좋은 계절이다. 작년 봄 코로나19로 인하여 시니어 센터 문을 닫은 후 1년 반 만에 다시 시니어센터 문이 열렸다. 20년 가까이 다닌 시니어 센터인데 첫날이라 낯설어 보였다. 다목적 실 홀 전체를 돌아보아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돌아 가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집에서 줌미팅으로 만나는 것이 익숙해져서 비 대면 클라스를 선호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새로 나온 분들도 있어서 일 것이다. 오랜 세월 다녔더라도 서로 개인적인 만남 없이 스쳐 지나갔던 분들은 모르는 척하기 때문이고 인사를 한 두 번 했어도 기억력이 희미해져서 그럴 것이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가워서 인사를 하지만 악수나 허그는 하지 않고 주먹인사로 대신하게 된 것이 달라진 풍습이었다.
첫 강의 시간, 누가 참석할까? 가슴이 설레는 시간, 강의실이 어디에 있는지 문패를 확인하며 지나가는데 P 목사님께서 “여기입니다” 하시면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새로 오신 분은 두 분 뿐. 어떤 클라스에는 수십명이나 참석하는데 여기는 전에 다녔던 분과 모두 합쳐서 여섯 분 뿐이다. 이유는 “너무 어렵다, 수준이 너무 높다.” 하는 분들이 많다. 이 나이에 힘들게 살기 싫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아직 자서전이 꼭 필요한 것이란 생각에 미치지 못한 분들이다.
2년 가까이 집안에서 감옥생활을 하다가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며 시니어 센터에 나가는 첫날, 청명한 새벽 이슬은 그동안 집콕하던 시니어들의 외로움의 눈물인 것 같았다. 그동안 만나지 못하여 가슴이 답답했는데 직접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하니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했다.
줌(Zoom)강의의 장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것, 매사추세츠 주나 플로리다 주 등 먼 곳에 계신 분도 참석할 수 있었고 메릴랜드에 있는 상록대학이나 하워드 카운티 시니어 센터에 줌으로 강의를 할 수가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대면 학습의 장점은 서로 얼굴을 보며 웃기도 하고 반응을 살피며 할 수 있어서 좋다. 사람수가 적어서 카페에 앉아서 정담을 나누듯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다. 나보다 오래 사신 분들과 학식이 높은 분들 앞에서 무슨 강의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 서로 마주 앉아서 옛 이야기 나누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옛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잊어버리기 전에 쓰야 되겠구나! 하고 쓰기 시작하여 한 편 두 편… 모이면 한권의 책이 될 것이다. 사진을 포함하면 쉽게 책 한 권이 되고 영어로 쓰면 더 좋지만 영어가 어려우면 나중에 번역하면 될 것이다. 우선 구글번역기나 파파고를 사용하여 어느 정도 써 좋고 주위의 지인들이나 자녀의 도움을 받으면 될 것이다.
본 시니어 센터에서 자서전 강의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이었다. 수강생이 없어서 사라졌었는데 필자가 4년전에 사진을 이용하면 쉽겠다고 생각해서 사진 자서전반을 개설하여 아직도 없어지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자유롭게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까 글 쓸 시간이 많아 자서전 쓰기에 적당한 때이다. 어르신들의 부음이 자주 들린다.
늦기 전에 사진을 정리하고 간단하게 메모를 써넣어서 귀중한 역사적인 자료를 후손들에게 넘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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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웅 워싱턴 문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