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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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된 사랑

2021-09-16 (목) 황안 일맥서숙 문우회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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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같은 유리창 넘어
꽃은 피고 지고
뭇 새들 울어 짖어
계절은 변함없고
우주는 한결 같은데

팬데믹으로 유리병에 갇힌 단절된 사랑
이렇게 아플 줄이야
손과 손을 유리병에 부비며
애써 뱉은 말은 유리장에 부딪히고
어설픈 수화로 애타게 사랑을 드러내는
쇠약한 노모의 애탐
간절함

사랑하는 아들의 손을 잡으려 해도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을 해도
모두 유리장에 갇혀 묻혀버리는
이쪽과 저쪽이 수륙천리 같이
사랑을 갈라놓고
인생을 갈라놓고
전염병의 수은주가 죽음을 몰고 오나
사랑은 단절된 유리장을 넘어
인생을 이어주고
사랑을 이어주고
손과 손을 마주 잡고
입 맞추며 노래하며
기쁨의 강을 건너게 하리

<황안 일맥서숙 문우회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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