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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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나무에 걸린 매미 발자국

2021-09-12 (일) 이혜란 / 실버스프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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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여름이 떠나기 싫은 듯 매일 마지막 더위를 토해내는 이 계절, 그마저 견디기 힘든지 장마를 불러와 매일 땅위에 넉넉한 비를 쏟아내고 있다.
여름 내내 목이 터져라 울어대든 매미는 이제 17년 후에나 다시 그 극성스런 소리를 만날 수 있다며 조용해졌다. 그런데 그 매미 떼들이 떠나며 남겨둔 발자국이 나무 여러 곳에 눈에 띈다. 아침 산책길에 눈에 띄는 도토리나무들이 누렇게 한주먹씩 색이 변해서 가지에 겨우 매달려있거나 아니면 산책길 도처에 작은 가지가 되어 뒹굴고 있다.

그 사이 매미는 작은 나무 가지를 몸의 뾰족한 부분으로 쪼개고 그 사이에 알들을 낳았고 그 알들은 그 나무를 갉아먹고 살다 땅으로 내려와 그 나무뿌리 근처에서 17년을 살다가 다시 알을 낳기 위해 땅 위로 올라 온다고 한다.
매미들 중에 다른 종류는 2-3년만 사는 것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매미 알들이 먹은 나무들은 색깔이 누렇게 변하고 결국 작은 가지들이 떨어져 땅 위에 뒹군다. 여름을 상징하는 매미는 자기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자신을 알리고 상대를 부르며 힘차게 울어대는 것은 또 하나의 자연의 법칙이다.

그들은 땅속에서 애벌레 상태로 살다가 한여름에 세상에 나와 한 달 정도 산 후에 짧은 생을 마감한다. 수컷과 암컷은 짝짓기를 한 뒤에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 죽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들은 땅속에서 애벌레 상태로 그 오랜 기간 나무뿌리를 먹고 산다는데 자연의 이치가 새삼 신비로워진다.
과일 나무들을 좋아하는 매미는 그래서인가 도토리나무를 더 많이 누런 색으로 변하게 해 그 가지들을 나는 처음 꽃이 피었나 착각했었다. 일반적으로 매미는 인간에게 해롭지 않은 곤충으로 이들은 새나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수컷 한 마리가 내는 소리는 70-90 데시벨로 진공청소기 소음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종류에 따라 어떤 매미는 해마다 등장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매미를 덕이 많은 곤충이라 하여 왕과 신하들의 모자에 매미 모양의 장식을 만들어 달기도 했다고 하고 매미 울음소리를 듣고 초야에 묻혀 사는 즐거움을 시조로 나타내기도 했다 한다.
다음 세대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온몸 바치며 잠시 살다 나를 잠깐 알리고 훌쩍 떠나는 우리네 인생과 너무 닮은 꼴의 매미의 인생이 새삼 나를 돌아보게 한다.

<이혜란 / 실버스프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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