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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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의 여인

2021-08-31 (화) 전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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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땅이 저승이고
철조망 너머 저쪽이
이승이었다 그녀에게는
잔혹한 땅
여자로 태어난 죄값만이 남아 있을거다 이생에는
아가야 너는 저 너머 세상에서 꼭 사람으로 살아가거라
부지할 목숨 남아 있다면 다시 만나지기만 바랄 뿐
그녀는 그렇게 아가를 철조망 너머로 내던졌다
대대로 살아오던 땅을 등지고
먼 신세계의 이방인으로 나서려는 사람들
그들의 희망 섞인 절망으로 가득한 철조망 너머
발 디딜 틈 없는 그곳 카불 공항
아가는 그의 아비에게 찾아져 그 품에 안기었다는
슬프고도 다행스런 뉴우스
그리고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녀의 여성을 감추이는 부르카 속
남몰래 흐르는 여인의 눈물
새끼를 그리는 어미의 눈물

<전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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