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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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상실의 여름

2021-08-30 (월) 이수진(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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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전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위협적이다. 피할 방법을 생각해 볼 기회도 없이 공격을 받기 시작한 아프가니스타인들이 가족을 탈출시키기 위해 철조망 위로 갓난아기를 내던지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뜨겁게 공유되었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이륙 중인 비행기를 붙잡으러 달려가는 영상이 그대로 뉴스에 보도되었다. 매달려 있던 비행기에서 결국 버티지 못해 하늘에서 떨어지는 두 형제의 영상과 그들을 위해 시장 터에서 일평생을 일해왔다는 어머니에 관한 내용도 함께. 성인 여성들은 피땀으로 일궈낸 학력 기록을 불태워 버리기 시작했고, 뉴스 기사 속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어린 소녀들의 사진 아래는 “어제와는 다른 오늘, 우리는 이제 목숨을 걸고 학교에 갑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미군과 아프가니스타인 사이에 울부짖는 갓난아기의 사진을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본다. 팔을 끝까지 뻗어 아이를 위태롭게 잡은 미군의 마음이, 피부로 느껴지는 그 불안함과 상실감을, 우리가 어떻게 감히 이해할 수 있을까. 삶의 가파른 산맥이 눈앞에 어지럽게 펼쳐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저 갓난아기의 팔을 놓치지 않으려는 건, 아마도 그 작은 생명에게 동일하게 주어져야 할 놀랍고도 귀중한 “미래”를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하던 각 나라 시민들과 영주할 자격을 가진 자들과 그들을 도와준 아프간 시민 조력자들이 저마다의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카불 공항에서 예상치 못한 두 번의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정확한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아프간 시민들과 13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두려움과 함께, 적어도 8월 31일까지는 보호받으리라 믿었던 수만 명이 희망을 잃고 낭떠러지 끝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이제 이 악몽은 바이러스처럼 미국 내로 고스란히 스며들어 실망과 불신과 분노를 퍼트리고 있다.

이 시대에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수많은 아이들에게 주어지지 못한 “내일”을 오늘 나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내고 있다. 삶이 과연 모두에게 공정할 수는 없겠으나, 공평하게 주어진 고귀한 삶의 기회마저 잃고 울부짖는 아프가니스탄의 그 상실의 여름을 나는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애타게 기도할 뿐이다.

<이수진(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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