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그의 희곡 ‘좋으실대로’(As you like it) 제2막 7장에서 인생을 일곱개의 시대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유년기로서 엄마 품에서 으앙으앙 하는 시대, 둘째는 어린 학생시대로서 달팽이처럼 억지로 학교에 왔다갔다 하는 시대. 셋째는 연인시대로서 용광로처럼 뜨겁게 사랑하는 여인의 눈, 코를 찬양하는 시대, 넷째는 병정시대로서 엉뚱한 맹세를 남발하며 명예욕에 불타 싸우길 잘 하고 거품 같은 세평에 끌려서 산다.

다섯째는 재판관 시대로서 닭고기로 불룩해진 배, 눈빛만이 위엄있고 그럴싸한 격언과 흔한 판례를 늘어놓으며 그런대로 제 구실을 한다. 여섯째 비실비실 시대, 남자답던 굵은 음성도 자신이 없어지고 꿈도 몽롱해지고 마음이 떨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파란 많던 인생의 종막이 오면 마지막 시대가 제2의 유면기이다. 망각, 이빨 없고 눈 없고 맛 없고 아무것도 없는 갓난아기로.

세익스피어의 인생 분석에 동의하면서도 노년기를 정신이 몽롱하거나 비실비실하거나 모든 것을 빼앗겨 허무해진다는 평은 요즘 세대와는 맞지 않는다. 노년기(Senescence)와 노쇠(Scenelity)는 구별되어야 한다.

노화와 늙는 것은 다르다. 노화는 생리적인 하나의 과정이지만 늙는 것은 정신적인 상태이다. 노화 현상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여기에 대한 정신적인 반응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새파란 30대도 그 정신이 늙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을 늙게 하는 것은 나이가 아니다. 70세가 지나도 인생의 수레바퀴를 힘차게 밟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뜻에서 인간이란 자기가 생각하는 만큼만 늙는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 늙었다는 증거이다. 앞에 꿈이 보이지 않는다. 야심의 불꽃이 꺼져 가고 있다.

일에도 취미 생활에도 큰 흥미가 없다. 젊은 사람들과 마주 앉는 것이 즐겁지 않다. 지난 날을 많이 생각하며 한숨 짓는다. 명랑해지지 않는다. 우울할 때가 많다. 어쩐지 두렵다. 캘린더를 볼 생각이 나지 않는다. 피해가 올 것 같은 일들을 멀리하고 싶다. 이런 생각들을 전혀 안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 정도에 따라 노화 상태를 알아볼 수는 있다.

유대인들은 노화를 셋으로 구분한다. 60~70대를 노년 개시기, 아직도 정신적 육체적 일을 계속할 노년 초기. 70-80년대를 백발 노년기로서 노년 청춘기라고도 하며 활동을 조금씩 할 시기. 80대 이후를 전진하는 노년기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성경에서 나온 표현으로 성경에는 “해를 거듭한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회춘(回春)의 관련과 비슷한데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다. 80에 다시 시작이라니 매우 의욕적인 사상이다.

“인생은 80부터!” 누구나 이런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 시간에 쫓기지 말고 세월에 속지 말고 시간을 벌려고도 하지 말고 얼마를 살던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뉴욕 항구의 자유의 여신상은 횃불을 높이 들고 있다. 자유와 평화의 횃불이라지만 시간을 극복한 승리의 횃불이 되었으면 한다.

시간은 기다리는 자에게는 너무나 길다. 시간은 두려워하는 자에게는 너무나 빠르다. 시간은 조급한 자에게는 너무나 냉혹하다. 시간은 슬퍼하는 자에게는 너무나 냉정하다.

시간에 쫓기지 말고 시간을 앞질러 달려라, 릴레이 경주에서는 바톤을 다음 주자에게 넘기는데 인생 경주장에서는 넘길 다음 주자가 없다. 내가 시간의 주인이니 내 시간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내가 저야 한다. 인생은 시간과의 싸움, 반드시 승리하여야 한다.

내가 아는 뉴욕의 한 노인은 허드슨 강변의 공원을 가끔 방문하여 빈병을 수집하였다. 내가 “그런 것이 몇 푼이나 나갈 거라고 수집하십니까” 하고 물으면 웃으면서 “운동삼아 하는 겁니다. 불우한 아이들에게 과자라도 사 주면 좋지 않습니까”하고 대답하였다. 이 노인은 이승만 정권 시 상공부 장관까지 한 분인데 그 정신이 싱싱하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